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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의삶을지원 Apr 04. 2023

지민은 벚꽃이 다 지고 난 후의 벚꽃나무다

빌보드 핫 100 1위로 솔로데뷔한 지민이라는 가수

 파트타임 출근 전 미리 장을 보고 돌아오며 집 앞 어린이집 마당에 몇 그루 벚꽃나무가 보였습니다.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일러 제가 사는 남쪽 지방은 이미 벚꽃이 많이 졌습니다. 팝콘 부스러기 같은 벚꽃들이 조금 흩날리는 것을 제외하면 불과 며칠 전 만개해서 분홍빛으로 물들었던 그 벚나무가 맞나 싶습니다.

벚나무는 벚꽃잎으로 주는 화려함이 불과 1주가 채 되지 않아 사람들은 1년을 내내 기다리지만 있는 힘껏 아름다움을 뽐낸 벚나무는 빠르게 다른 면모로 변합니다. 지금 힐끗 보니 벚나무는... 이제는 초록색이고 그리고 꽃이 지고 난 수술 부분은 더욱더 붉어져 멀리서 보면 얼룩덜룩,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벚꽃의 연약하고도 황홀함이 지고 난 후의 새싹은 어떤 강인한 생명을 뿜어내듯 초록의 힘을 보여주며 힘차게 솟아나죠.


 제가 방탄소년단이라는 k팝 그룹을 '덕질'한 건 이제 만으로 6년이 됐습니다. 둘째 아이가 이앓이로 한창 애를 먹일 때였는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는지 그때 저는 요즘 아이 낳은 엄마들에게 한 번은 찾아온다는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앓이로 아이 본인이 가장 고통스러웠겠지만 그걸 고스란히 다 받아줘야만 하는 저로서는 그야말로 낭떠러지에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날도 이앓이 하는 애를 둘러업고 눈물 콧물을 다 짜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음악 방송에서 한국인 최초 미국 무대를 데뷔한다는 어느 그룹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게 방탄소년단이었습니다. 최근 어느 유튜브 방송에서 한 팬이 그러는데 으뜸이는 덕후가 가장 힘들 때 찾아와 준다고 해요. 제가 정말 죽지 못해 숨만 붙이고 있을 때 찾아와 준 게 방탄소년단이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덕질을 시작하고 오늘이때까지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대한민국 가요사 최초라는 수식어도 많이 얻었죠. 보통 한국 콘텐츠는 국내에서 주로 소비되던 게 사실인데 이 분들 덕에 '세계적', '글로벌한'이라는 수식어도 등장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중 지민이라는 멤버는 이른바 저의 입덕 요정이었습니다. 지민은 늘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팬들과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에서도, 그리고 각종 시상식, 새 앨범 소식을 전할 때, 혹은 앨범으로 새로운 상을 받거나 기록을 경신할 때 항상 팬들에게 팬덕이라고 말을 건너주는 다정한 성격이죠. 그러던 그가 팬데믹을 겪으며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팬데믹은 여타 방송은 극도로 자제하고 팬들과 직접 만나는 활동을 해왔던 가수들에게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지민은 그 와중에 개인 활동도 하고 레슨도 받고 건강히 잘 지낸다고 소식을 전해주고는 했지만 조금은 울적해 보였어요. 급기야 팬데믹으로 예정됐던 많은 공연들이 최종 취소되자 어렵게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에서 펑펑 울더라고요. 팬인 입장에서도 슬펐습니다. 만날 수 없는 것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가수와 팬은 서로 안타까워 함께 울었던 기억이 나요.


 지민은 특히 춤선이 유려하고 오래 춤을 전공해 왔어서 감각이 있고 힘이 있었어요. 그리고 '별가루 음색'이라고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데 미성에 중성적 음성이라 어떻게 들으면 여성스럽고 어떻게 들으면 유니크함이 있어 같은 곡을 불러도 특별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이미 많은 탤런트를 가진 셈입니다.

그러나 지민은 그중에서 가장 특별한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성실함이요. 어디에서 어떤 무대의 동영상을 보아도 데뷔 때나 엄청 유명해진 지금 무대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앳된 얼굴로 구슬땀을 흘리는 연습 영상이나 이동하면서 노메이컵 얼굴로 일상을 소통하는 지민은 그래서 늘 푸릇하고 산뜻합니다. 노력에 노력을 하니까 떳떳하고 늘 담담합니다. 한창 화려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봄의 한가운데에 활짝 핀 벚꽃처럼 갈고닦은 기량을 뽐내며 결국 결실인 빌보드 차트 핫 100에서 정상을 차지하고야 말았습니다. 뉴스에서 대서특필되고 속보로 전해지는 지민의 소식은 봄의 절정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지민의 오랜 팬인 저는 그에게서 다시 벚나무의 다 지고난 수술에서 파릇하고 건강하게 돋아낸 새싹을 느낍니다. 인생 절정기인데도 지민은 예의 늘 그랬던 맑고 수수한  얼굴로 모든 공을 주변과 팬들에게 돌립니다. 참으로 건강하고 신선한 새싹 그 자체입니다

 

 지민은 그래서 화려하지만 실은 화려함 뒤 얼마나 새싹을 밀어내기 위해 필사로 애썼는지 올해도 보여준 벚나무 새싹입니다. 목표를 가지고 묵묵히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올해도 얼굴을 드러낸 새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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