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13개의 캠핑장이 있다. 이 중 요세미티 밸리 북쪽에 있는 white wolf, yosemite creek, tuolumne meadows 등 3개의 캠핑장은 2023 년 8 월 현재 닫혀 있다. 가격은 대부분의 캠핑장들이 하루 $36이지만 $10-$30 정도의 작은 규모의 캠핑장 들도 있다. 일 년 내내 개방하고 있는 캠핑장은 upper pines, wawna, camp 4 등 3개 캠핑장뿐이다. 나머지 캠핑장들은 개방시기가 각기 다르므로 홈페이지에서 따로 체크해야 한다. 개방 기간 동안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고 FF(First come First serve) 사이트는 운영하지 않는다. 사이트에 전기가 있는 캠핑장은 없다. RV hook up이 있는 캠핑장 또한 없다. Tamarack flat, yosemite creek, porcupine flat 캠핑장은 플러시 토일렛이 없고 간이 화장실(vault toilets)만 있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떠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41번 도로의 Oakhurst에서 시작하여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scenic drive를 천천히 가다 보니 드디어 공원의 남쪽 출입구에 도달했다. 구불거리는 산길 운전에 피곤해져서 이제야 다 왔구나 생각했는데 왠 걸, 게이트에서 30마일 되는 거리를 한 시간을 넘게 더 가야 yosemite villiage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Yosemite villiage는 관광 안내소, 숙박 시설, 캠핑장, 그리고 기타 부대시설이 있는 곳이다. 보통의 국립공원은 입장료를 받는 게이트를 지나면 가까운 곳에 관광 안내소가 위치해 있는데 관광 안내소가 입구에서 한 시간 떨어져 있는 경우는 요세미티가 처음이다. 산길을 한 시간 넘게 더 운전해야 한다니! 40-50 분을 더 가다 보니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 터널인 wawona 터널이(1290미터) 나오고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바로 터널 뷰(tunnel view)가 나왔다. 도로 양 옆으로 주차 공간이 있었는데 4월이라 그래도 파킹하기가 쉬웠다. 터널 뷰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전망 포인트로, 왼쪽으로 깎아지른 그래나이트 절벽의 El Capitan, 오른쪽으로 Bridalveil 폭포, 그리고 중앙에 Half dome과 Glacier point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명한 요세미티 밸리 전망 포인트다.
이곳을 오니 몇 년 전에 이곳에 와서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났다. 그때는 9월이라 bridalveil 폭포에 물이 별로 없었던 기억이 난다. 폭포에 물이 많은 때는 4월에서 8월이라고 한다. 지난번 왔을 때는 샌프란시스코를 잠시 들려가는 일정이라 데이 투어를 예약하고 대형 버스를 타고 왔었다. 아침 일찍 시내에서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는 패키지로 $150을 지불했는데 현재는 가격이 $200이다. 물이나 음식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 당시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중국인 대여섯 명이 버스로 돌아오는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이상 어기는 바람에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 봐 마음을 졸였었다. 결국 요세미티에서 늦게 출발해 러시아워에 걸리는 바람에 예정보다 두 시간가량 늦게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급히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까스로 시간 안에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보통 이런 경우는 늦게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출발한다. 투어를 예약하기 전에 온라인 후기를 찾아보았더니, 10-15 분 늦게 주차장에 와보니 버스가 이미 떠나고 없더라는 후기가 여럿 있었다. 그런데 한 두 명이 아니라 대여섯 명이 나타나지 않았고 또 버스 기사 아저씨가 마음이 좋았던 탓인지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던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이런 경우, 버스 기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삼 사십 명의 승객들이 한 시간 넘게 차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그가 임의로 결정하고 승객들에게 불편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투어 상품 약관에는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기다리지 않고 출발한다고 되어 있었다. 30 분이 지나자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던 승객들이 소리를 내며 불평하기 시작했고 기사에게 떠나자고 말했다. 그러나 기사는 떠나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이 도착했는데(버스를 이동하며 그 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이 버스에 승차하면서 일행 중 그 누구도 자신들 때문에 버스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몇몇 승객들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던 걸 기억한다. 그 상황은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버스를 타기 전 시원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혹시나 줄 서서 기다리다 버스 시간에 늦을 수도 있어 그냥 포기하고 정해진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해 기다렸었다. 그러니 비행기 시간에 대한 걱정과 그들의 태도로 인해 이래 저래 마음이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경험을 차치한다고 해도 full day 버스 투어는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터널 뷰-- 4월이라 Bridalveil 폭포에 물이 많아 잘 보인다
터널 뷰 --9월이라 Bridalveil fall에 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11월에 upper pines 캠핑장 예약 당시, 이틀을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틀 동안 두 개의 사이트를 예약해야 했다. 첫날 사이트에 체크인을 하니 사이트의 아스팔트가 여러 곳에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다른 사이트로 교체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예약이 다 찼기 때문에 교체할 사이트가 없다고 했다. 하루 머무를 사이트니까 불편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유명한 곳인데 사이트들을 둘러보니 전반적으로 상태가 양호하지 않았다.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게로 갔는데 4월 인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고 주차할 공간도 부족했다. 앞서 파크레인저가 주차하기 힘드니 셔틀버스를 타고 가거나 걸어가라고 말했지만, 셔틀버스도 사람이 많고 도로를 걷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갔는데, 주차장을 몇 번 돌다가 가게 앞 주차장에 어렵게 차를 주차했다. 그랜드 캐년에서 공원 내에 있는 가게의 식료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에 물가가 비싼 캘리포니아에서는 더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과일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싸서 놀랐고 품질도 좋았다.
오후에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찾아보다가 lower yosemite fall trail을 가기로 결정했다. 지난번 데이 투어로 왔을 때는 자유시간에 Cook's meadow loop trail을 트래킹 하고 나니 시간이 부족해서 lower yosemite fall trail을 가다가 돌아와야 했다. Lower yosemite fall trail은 약 1.6킬로미터의 트레일로 포장이 잘 되어있어 어린아이들이나 노인들도 쉽게 갈 수 있다. 폭포는 약 98미터 정도의 높이인데 폭포의 물의 양이 많아 폭포 밑 footbridge에서 물방울 샤워를 했다.
Cook's meadow trail
Cook's meadow trail
Lower yosemite fall
Bridalveil fall
2 주 전쯤 93살 노인이 half dome 트레일을 완주했다고 하는 뉴스를 여기저기서 읽었다. Half dome 트레일은 왕복 14마일 코스로 평균 12 시간이 걸리는 코스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마지막 400 피트 구간은 깎아지른 절벽을 케이블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Half dome cable은 1919년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트레일 출발 점에서 half dome 정상까지 5000피트(1524 미터)의 고도 차이가 나는 오르막이기 때문에, 마지막 케이블 구간뿐 아니라 다른 구간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1869년에 Josiah Whitney라는 캘리포니아 지질학자는 Half dome은 사람이 절대 도달하지 못할 곳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1875년에 George Anderson이라는 로칼 여행 가이드가 여러 차례 실패 끝에 마침내 절벽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건설용 나사를 박아 사람이 절대 도달하지 못할 곳이라고 여겨졌던 half dome을 오르는 데 성공했다.
Half dome에 오르기 위해서는 퍼밋이 필요한데 하루 300개의 퍼밋만 추첨으로 발행된다. NPS(National Park Service)에 따르면 Half dome trail이 국립공원 단일 하이킹 트레일 중에 가장 힘든 트레일이라고 하는데, Half dome trail에서 일 년 평균 100 여건의 구조 작업이 일어난다. 이런 곳을 93살의 노인이 등반했으니 뉴스에 나올 법한 일이다. 날씨도 변화무쌍해서 오전에 햇빛이 쨍쨍하다가도 오후에 갑자기 비가 올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조그만 가랑비가 온다고 해도 이 절벽이 무지 미끄럽다는 것이다. 내려오는 건 올라가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다고 한다. 비가 와서 번개라도 치면 쇠로 된 캐이블 말뚝들에 의해 감전될 위험도 크다. 또한 해발 고도가 무려 8800피트(2682 미터)나 되니 산소 양도 부족하다. 사고 원인 중에는 미끄러져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사실 요세미티에서 half dome에 비교될 만한 아름다운 파노라마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은 많이 있다. Sentinel dome trail의 경우 왕복 2.2 마일의 짧은 거리에 고도 증가도 140 미터 밖에 되지 않는데 360 파노라믹 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Half dome trail은 힘든 것뿐만 아니라 12 시간이 걸리는 긴 코스다. NPS는 half dome 등반 시 4리터의 물과 플래시 라이트, 충분한 스낵, 추위를 대비한 여분의 옷, 등반에 적절한 신발, 호루라기등을 준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12살 미만의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는 부모도 있다고 하는데 나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요세미티를 한 2 주쯤 여행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지도 모르겠다.
half dome,
이튿날 아침에 비가 왔다. 그래서 비옷을 입고 mirror lake trail로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달간의 국립공원 여행 중 단연코 top3 안에 드는 순간을 경험했다. 이 날은 또한 우리가 보는 풍경에서 빛의 힘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캠핑장에서 Mirror lake까지 걸어갔는데 걸어가는 내내 가랑비가 왔다. 이윽고 호수 입구 안내판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비가 그쳤다. 호수 입구에서 본 첫인상은 아, 이래서 mirror lake란 이름으로 불리는구나, 예쁘구나 생각했다. 호수를 끼고 걸어볼까 하고 생각 없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비현실적인 풍경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언제 구름이 게이고 햇빛이 비치고 있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말 그대로 충격을 받았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비현실적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빛의 존재에 대해서 강렬하게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마치 빛이 이 아름다운 풍경을 창조해 내는 것 같았다. 가슴이 먹먹하며 엄숙함마저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다. 숨겨진 보물이 드러나는 느낌.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여기에 사계절이 다 있구나'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동시에 존재하는 풍경이었다. 하얗게 눈 덮인 산과 나무들, 그를 뒤덮은 짙은 안개. 햇볕이 따사로운 봄날, 가을날의 청아함과 고요함, 여름의 푸르름이 그 풍경 안에 다 들어었었다. 투명한 호수는 호수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듯 보이게 했다. 주위에 사람이라곤 없었기 때문에 고요해서 더 그랬겠지만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공간에 이끌려온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조금 지나자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한 동양인 가족이 나타났다. 고요함이 깨져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급히 찍었지만 사진은 내가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곧이어 빛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현실로 돌아온 느낌, 사방에 충만했던 빛이 사라지자 그 비현실적인 풍경도 그냥 예쁜 풍경으로 돌아왔다. 상실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화려했던 순간을 눈에 담은 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나, 오롯이 나에게만 주어지는 보석 같은 선물을 받은 느낌에 마음이 넉넉해 졌다. 그 순간에 내가 이곳에 있어 환상적인 순간을 경험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는데 다시 가랑비가 조금씩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