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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23.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횡단#30그랜드티턴 국립공원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은  이 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국립공원 중 하나였다. 옐로스톤과 마찬가지로 와이오밍 주에 위치하고 길이가 45마일, 넓이는 26마일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의 국립공원이다.  하지만 록키 산맥의 서쪽 일부인 장엄한 Teton range 가 공원 중앙을 관통하고 있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또 공항이 공원 내에 있는 미국의 유일한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Jenny lake 캠핑장에 있고 싶었지만, 12월에 이미 다음 해 5월 예약이 100% 다 되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공원 입구에서 10마일 떨어진 Gros -ventre 캠핑장에 예약을 했다. 공원 입구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캠핑장이다. 캠핑장에서 Teton range를 볼 수 있어 일몰을 보며 캠핑장을 산책하는 것이  즐거운 곳이기도 하다. 체크인할 때 캠핑장 사무실에 노인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점이 다른 국립공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점이었다.

Gros -ventre 캠핑장
Gros -ventre 캠핑장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을 여행하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42 마일의  scenic drive를  여행하며 여러 전망 포인트를 구경하는 것이다. 공원 남 쪽의  관광 안내소 앞에 있는 Teton park road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Jackson lake junction과 Moran Junction을 거친 후  191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다시 관광 안내소로 돌아오는 순환코스다.  이 42 마일 Loop에 24개의 전망 포인트가 있다. 3박 4일 있으면서 이 서클 전 코스를 네댓 번은 돈 것 같다.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는 날씨다.  적어도 5월의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눈이 내리고 안개가 심해 앞이 거의 보이지 않다가 다시 햇빛이 나고, 햇빛이 나서 좋아하면 다시 눈이 내린다. 이러한 변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다음 날  관광 안내소에 들러 정보를 받은 뒤 Taggart lake trail을 트레킹 하기로 했다. 왕복 약 3마일의 트레일로 Teton range의 아름다운 장관을 보며 산비탈을 걷거나 숲 속을 걷는 트레일 코스다. 파킹장에 도착하자 두 팀이 트레킹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트레일에 사람들이 좀 있겠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트레킹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4명의 가족을 만났다.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부부가 미국에 사는 딸을 방문하러  와서 사위와 같이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고 한다.  혼자 왔다고 하니 자기들과 동행하자고 제안을 해서 잘 됐다 싶었다. 트레킹하는 내내 내가 잘 오고 있는지 체크하며 신경을 써 줘서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예상과는 달리 트레킹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을 전혀 만나지 못했다.  다시 한번 그들과 동행한 것이 다행이라 느껴진다. 울창한 숲 속 길이라 혼자였다면 약간 긴장을 했을 듯했다. 가족 중 엄마가 계속 박수를 치며 '헬로 베어'를 외치며 갔다.  가족 4명 모두가 호감이 가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Taggart lake trail


트레킹을 마치고 파크 레인저가 추천한 Jenny lake로 갔다. Jenny lake는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어서 관광 안내소가 따로 있지만 5월 초순이라 사무실이 닫혀 있었다.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호수를 많이 봐 왔고, 방문했던 호수마다 느낌이 조금씩은  달랐는데  Jenny lake는 단연 내가 본 호수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호수 중 하나다. 빙하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인데 보는 장소에 따라 경치가 무척 색다르게 느껴졌다. 전망대 중 하나로 걸어가는데 정말 감탄이 나온다. 새 하얗게 얼음과 눈으로 덮인 호수를 빙하의 캐년이 둘러싸고 있는데,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Lake McDonald처럼 빙하가 덮인 산이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가깝게 있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좀 있으니 한 가족이 도착했다. 가족 중 아들로 보이는 청년이 오자마자 그 장관을 보더니  'It's sick!'이라고 흥분에 차 소리를 계속 지른다.  그 흥분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호수 입구의 보트를 타는 선착장은 얼음이 녹아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안 쪽으로 들어가면 호수가 하얗게 얼어있다. 호수 주위를 둘러 나 있는 약 7마일의 트레일 중 2마일 정도 걸어가다 사람도 없고 눈이 쌓여 있길래 중간에 돌아왔다. 가끔 씩 혼자라는 사실이 여행 중 활동을 제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동행이 없는 것이 좀 아쉽다.

날씨가 정말 정신이 없다. 눈이 펑펑 오고 안개로 앞이 안 보여 캠핑장으로 일단 돌아가려고 했는데 돌아가는 도중에 햇빛이 난다.  다시 차를 돌려 좀 다니려고 하면 또 눈이 온다. 날씨가 나를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Jenny lake와 트레일로 이어진 String lake를 방문했다가 공원 북쪽에 있는 Colter bay로 가기로 했다. Colter bay는 Jenny lake 관광 안내소에서 Teton park 로드를 타고 북쪽으로 20 마일 정도 가야 하는데 수상 레저 활동으로 유명한 곳이다.   도로 중간중간 여러 관광 장소로 나가는 출구가 있는데 내가 보고 싶었던 Signal mountain으로 가는 도로는 폐쇄되어 있었다.  Teton Mountain range는 전망 포인트들 뿐만 아니라 Teton park 로드 어디에서든 잘 보이는데 그 아름다움이 웅장하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Jackson lake는 그랜드 티턴에서 가장 큰 호수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얼어있고 얼어있는 호수 위해 눈이 덮여, 호수도 산도 심지어 하늘마저도 하얗 말 그대로 온 세상이 하얀데, 여기에  펑펑 내리는 솜덩이 같은 하얀 눈이 모든 대기 공간을 빈틈없이 촘촘히 채운다. 바라보면 가슴까지 꽉 채워지는 충만한 느낌이다. 먹먹할 만큼 흥분이 되는 풍경이었다.  그랜드 티턴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두 달간의 여행에서 top 3에 꼽을 순간이다. 사진을 찍어보고 너무 실망을 했다. 사진이 실제 풍경의 아름다움을 10%도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실감한다.   좋은 카메라를 따로 하나 사야 하나 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했던 순간이다.  이 장면을 마음속에 담기 위해 오랫동안 바라봤다.  나중에 머릿속에 선명히 떠 올릴 수 있게. 그렇게 30분 정도를 있다가 다시 북쪽으로 올라갔다.  왼쪽으로 계속 눈 덮인 Jackson lake를 보며 달렸다.  Jacksn lake 댐이 나오고 안개와 눈이 원래의 아름다운 호수와 빙하 덮인 산들에 마법을 더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는 경치가 비현실적이다.  안개 탓인지 몽롱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풍경을 그릴 수 있다면 꽃 없는 몽유도원도가 되지 않을까? 다리 위를 지나는데 마치 바다를 지나는 것 같다.  Colton bay 관광 안내소는 Jackson Lake 호숫가에 자리한다. 관광 안내소에 도착해서 트레일 정보를 받고  길 양옆으로 높이 솟은 침염수가 우거진  길을 걸었다.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리고 추워서 그런지 주위에 아무도 없다. 너무도 아름답다.

다음 날 다시  그 장소로 갔다. 물론 여전히 아름답지만 어제의 눈과 안개가 장식했던 그 마법과도 같은 신비한 느낌은 들지가 않았다.  그래, 너무 욕심을 부릴 수는 없다. 운이 좋아 그 마법 같은 순간을 붙잡은 나의 행운에 감사한다.  어제저녁 캠핑장을 산책하다가 만났던 아주머니가 추천한, Schwabacher's Landing을 가 보기로 했다. 이곳은 온라인에 풍경 사진이 많이 나와 있는 곳인데, 물속에 비치는 티턴 레인지의 그림 같은 모습으로 인해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히는 곳 중 하나이다.  Scenic Drive의 바깥쪽 Loop인 191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표시가 나오는데, 이 출구로 나가  1마일 정도의 비포장 도로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첫날은 안개 때문에 앞이 별로 보이지 않아 산책만 하다가 왔는데 마지막 날 아침, 햇빛이 나길래 다시 방문했다. 이곳은 안개가 없을 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마지막날도 여전히 안개와 구름이 남아 있어 최상의 풍경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Schwabacher's Landings

오후가 되자 다시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고 도로에 차들을 볼 수가 없다. 그랜드 티턴에서 꼭 보고 싶었던 Chapel of Transfiguation으로 향했다. 이 성공회 교회는 남쪽 관광 안내소에서 2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데 1925년에 지어진 조그만 통나무 건물이다.   교회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혼자 온 남자 여행자 한 명이 교회 문 앞 입구까지 가더니 닫힌 문 앞에서 돌아서는 것이 보인다. 평일이라 역시 문이 닫혀있나 보다고 생각하고 좀 실망스러웠다.  교회 주위를 둘러보다가 굳게 닫힌 문 앞으로 걸어갔다. 혹시나 하고 손잡이를 돌렸더니.... 놀랍게도 문이 열리는 게 아닌가! 역시 두드려야 열리는구나.    조금 전에 닫힌 문 앞에서 그냥 돌아서던 사람이 생각난다.  이 교회가 유명한 이유는 교회를 들어가면 정면의 강대상 뒤로 나있는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그랜드 티턴 마운틴과 티턴 레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위치와 유리창의 위치가 절묘하게 배치되어 계절에 따른, 또는 날씨에 따른 티턴 레인지의 변화무쌍한 아름다운 풍경을  예배를 드리며 감상할 수 있다.  강대상 뒤로 펼쳐진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설교에 집중을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리창이 마치  그림이 담긴 커다란 액자와도 같다. 그림을 바꿔 걸지 않아도 액자 속 그림이 계절 따라 날씨 따라 저절로 바뀌는 것이다. 정말 절묘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앞의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눈 내리는 티턴 산맥을 마주한다.  나 혼자 이 아늑한 공간을 소유하는 호사를 누린다. 통나무로 된 벤치에 앉아 눈이 그칠 때까지 창 밖의  먹먹한 풍경을 바라봤다. 또다시 감사한 생각이 든다.

다음 날 아침 미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Barn이라고 알려져 있는 T.A. Moulton barn으로 갔다.  Moose 공원 입구에서 약 4마일 떨어져 있는 Antelope Flats 지역의 Mormon row 거리에 위치한다. 이 유명한 Barn은 Thomas Alma Moulton과 그의 아들들이 1912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30여 년에 걸쳐 지었는데 오늘날까지 건재하게 서 있다.  Moulton Barn이 유명한 이유는, Teton mountain range를 배경으로 하는 탓도 있지만 Barn 건물 자체도 매우 예뻐서 사진이 정말 예쁘게 찍히기 때문이다. 세계 각처에서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곳이다.   

T.A. Moulton barn

Oxbow bend 또한 사진작가들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일몰과 일출 풍경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Schbacher's landing처럼 물속에 비치는 티턴 레인지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Scenic Drive의  Jackson lake 정션과 Moran 정션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5월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가을에 단풍이 들었을 때 찍은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가을에는 단풍이 어우러진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새벽 4시 전부터 와서 기다린다고 한다. 그랜드 티턴은 가을에 다시 오고 싶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다시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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