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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리 Feb 08. 2023

서울 삼성 썬더스 13연패 끝의 승리

최근 슬램덩크 극장판이 개봉하고, 꽤나 이슈몰이를 했다. 너도나도 슬램덩크 이야기뿐이다. 사실 난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지 않는다. 스포츠물도 심드렁하다. 


"혹시 최근에 슬램덩크 보고 과몰입한 분 있나요? 농구 경기를 보러 가려고 하는데요."


직관을 가자는 메시지에 냉큼 가겠다고 손 들었다. 난 슬램덩크는 밈으로만 알고 있었고, 농구 경기 룰도 잘 모르지만 그게 중요하랴! 수년 전 야구 직관을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날의 공기, 응원가, 맥주와 닭강정... 모든 것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어 농구 직관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다. 그 주 가장 빠른 경기로 선택했고, 서울 삼성 썬더스 vs 수원 KT 소닉붐의 매치였다. 


경기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종합운동장역에 내렸다. 저 멀리 오륜기가 보이니 슬슬 신이 나기 시작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몸을 풀고 있는 양 팀 선수들이 보였다. 농구 선수들은 정말 체격이 좋구나. 피지컬에 압도당했다.


1쿼터는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공을 쫓느라 바빴다. 바스켓으로 공이 들어가면 득점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이해만 있었는데, 생각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규칙이 있는 스포츠였다. 또 플레이가 굉장히 빨라서 잠깐 딴짓을 하면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한다. 코트 위에 각 팀의 5명, 총 10명의 선수가 있는지도 몰랐고, 선수가 넘어지면 왜 스태프가 들어와서 밀대질을 하는지, 농구대 위 전광판의 숫자들은 무엇인지, 어떤 경우에 자유투가 주어지는지 몰랐다. 24초 안에 공격이 끝나야 하는 것도 경기 중간에 알았으니 모든 것이 새로웠다.


2쿼터까지는 삼성 썬더스가 우세했다. 오늘 13연패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3쿼터부터 조금씩 상대팀이 추격해 오고, 끝내 역전당했다. 그때부터 삼성 썬더스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했다. 뭣도 모르는 내가 봐도 조급한 마음에 플레이가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4쿼터 마지막 1분을 앞둔 순간까지는 승리가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결국 14연패인가 싶던 찰나, 역전에 역전을 이뤄 결국 13연패에 마침표를 찍고 승리를 얻어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 같은 경기가 끝났다. 다음에는 코트 가까운 자리에서 보자며 너도나도 흥분감에 취해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나 스포츠 좋아했네...!


그날 유달리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있었다. 삼성 썬더스 5번 김시래 선수였다. 비교적 작은 체구로 어쩜 그렇게 코트 위를 날아다니는지 말 그대로 본업 존잘이었다. 활동 반경이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넓고, 역할이 다양해 보였다.


그의 포지션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포인트 가드'였다. 코트 상황과 전술에 대한 이해, 수행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스피드, 방향 전환, 손끝 감각이 우수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본 김시래 선수 그 자체 아닌가! 확실히 그는 빈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 바디 블로킹을 하며 공을 지켜내는 능력, 유효 슈팅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팀원에게 공을 전달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 보였다. 스스로가 슈팅의 주인공이 되기도, 빅맨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도 하는 만능 재주꾼 같았다. 


김시래 선수를 보면서 나도 저런 인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주어진 일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든 빠른 판단력으로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내 필드에서의 '포인트 가드'. 그리고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기에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런데 요즘 나에게 패배감과 무력감이 반복적으로 찾아온다. 잔잔한 짜증과 답답함은 덤이다. 그동안 삼성 썬더스가 그러하지 않았을까. 내 역량이 부족한 걸까? 운이 따라주지 않은 걸까? 도대체 왜? 뭐가 문제지?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수도 없이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13번 넘어졌지만, 14번째 일어섰다. 나도 좌절하지 않고 14번째, 15번째, n번째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일어서자고 이 글을 통해 다짐해 본다.


농구 무지렁이의 직관 후기로 시작해 자아성찰로 끝난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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