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군 Mar 05. 2024

#1. 99년생 남자 PD지망생

어리니까 괜찮아

"저는 성훈님이 부러워요. 그 나이에 바로 PD를 준비한다는게"


나보다 2살 많은 형은 내 나이가 부럽다고 말했다. 사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의 주어진 기회는 많을 것이다. 몇번 실패해도 몇번 넘어져도 괜찮다. 설사 1-2년을 삽질만 하고 보낸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합리화를 잘할 수 있었다.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고'




최근 한 달에 걸쳐서 한겨레 김신완 MBC PD님의 방송사 공채반 수업을 수강했다. 언론고시라고 불리우는 언론사 시험에서 살아남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시도에서 무작정 시작했다. 특히 내 주변에 이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학원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잘한 선택이다. 덕분에 언론사 공채 프로세스를 이해하게 되었고 같이 길을 향해 나아갈 사람들도 생겼다.


학원이 종강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평범한 학생과 게으른 학생 그 어딘가에 있었다. 주어진 학원수업에는 꾸역꾸역 잘나갔지만,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해오라는 과제를 부실하게 하기도 했고 제출하라는 과제를 2~3일 넘겨 제출하기도 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의욕적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나태해진게 원인이었다. 간절함 따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업을 열정적으로 들을 이유가 없었다. 발등에 불이 붙기까지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어리니까. 이제 막 취업 시장에 뛰어 들어간 99년생 만24살. 남자 기준 신입사원 평균 나이 만 30살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장수생이 많은 언론고시 판에서 내 나이는 아마도 큰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그래서 학원 수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여유 따위를 부릴 수 있던 것이다. 막말로 지금 이 수업을 제대로 못듣는다고 해도 내년에 또 들을 수도 있다.


어쩌면 어리다는 것은 족쇄와 같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며 현실에 안주할 수 있게 된다. 미룰 수 있는건 미루게 된다. 내가 계속 실패하는 이유를 나이라는 족쇄에서 찾게 된다. 오랫동안 묶여있는 것이다. 내가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라고 말할 수 없을 때 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나이를 잊는 것이다. 내가 젊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어리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족쇄라는 것이 언제 내 삶에 있었냐는 듯 사라져 있지 않을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물론 스스로 족쇄를 잊는 것은 쉽지 않다. 누가봐도 발에 묶여있는데 어떻게 안묶여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젊음의 특권이라는 말이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마음껏 즐기고 계속 도전하고 실수하고 실패하다보면 어느순간 자신도 모르는 먼 미래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면서 살아가다보면 지향하는 성공과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 어리다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나에게 집중하자


어리다고 괜찮은게 아니라 나니까 괜찮아 질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