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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시플레저 Mar 06. 2023

오늘 출근 이상 없으신가요?

저는 물류센터 일용직 근무자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구인광고에서 간편 알바, 꿀알바를 찾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물류센터를 제외하면 일용직으로 다닐만한 곳도 그리 많지 않다.


"안녕하세요?

오늘 출근 이상 없으신가요?"


아침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문자 내용이다.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문자인데  답을 보내지 않으면 출근이 보류된다.


"수고 많으십니다!

내일도 근무 가능하시죠?"


또 전날 일을 하다 보면 오후 3~4시경에 문자가 들어와 있다.

내일 근무 가능한지를 물어보고 출근 인원을  확정하기 위해서다.

이것도 답을 제때 하지 못하면 내일 출근에서 제외된다.

나이 육순에 시작한 물류센터 일용직 이야기

이렇게 두 번의  확인 절차를 거쳐 출근이 확정되며 확정된 인원은 12인승 셔틀 봉고차에 탑승하여 물류센터로 출발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이며 원주에서는 10시에 셔틀이 출발한다.

원주에서 양지까지는 약 한 시간 조금 넘게 소요되며 운전석 가운데 좌석 빼고 11명이 빼곡히 앉아 자리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차량은 사무실에서 제공하며 운전은 일용직 근무자 중에서 사무실과 별도 계약을 맺은 팀장이 담당하는데 달리는 속도가 총알택시 저리 가라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근무할 때  동료들과 술 한잔하고 자택인 인천까지 전철이 끝기면 영등포역에서 총알택시를 타곤 했었다.

총알택시는 승객이 어느 정도 모여야 출발하기 때문에 차에서 대기하다가 승객이 차면 냅다 달리는데 30분이면 인천에 도착해 있곤 했었다.


그때의 총알택시를 타면 엉덩이가 붕 뜬 상태에서 가는 걸 경험하곤 했었는데 육순이 넘어 총알셔틀에서 예전의 경험을 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출근을 하면 간단한 인원파악 후 바로 일을 시작하는데 나는 매일 그렇듯 피킹 지를 받아 들고 극지환경인 냉동창고로 수레 카트를 끌고 씩씩하게 입성한다.


첫 번 채 피킹은 B01 구역인 소시지 제품들이다.

비슷한 모양의 소시지가 10여 개 이상 진열되어 있는데 이름은 다 틀리다.

세상에나 소시지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은 나이 육순에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육순에 처음 아는 것도 많기도 많다.


지에 적힌 소시지 이름과 번호를 확인을 한 후 개수를 세어 바구니에 담개수를 잘못세거나 엉뚱한 제품을 잘못 가져가면 누군가가 다시와 그 제품을 다시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잘못 피킹 한 제품들은 일이 끝날즈음 마지막에 다시 원상 복구해야 하는데 한쪽 구석에 원복제품들이 산더미처럼 늘 쌓여있다.

덩달아 관리자들의 잔소리도 늘어난다.

다스 - 고객 제품 분류하는곳

대부분 초보자들은 엉뚱한 제품을, 경력자들은 개수가 한두 개씩 틀린다.

피킹 지에 가져온 사람 이름을 적지 않기 때문에 사실 누가 잘못 가져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늘 단체로 싫은 소리를 듣곤 하는데 정확히 확인하고 가져오는 나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자의건 타의건 중년 이후에 퇴직하면 새로운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이 거의 대부분인걸 알면서도 젊은 직원에게 잔소리를 들으면 단순 업무지시지만 자존심이 상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출근 후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이 주어지는데 처음 2시간은 아직 몸이 반응을 하지 않아 늘 춥고 손이 시리다.

그래서 휴식시간이면 장갑을 벗어 온풍기 위에 올려놓고 차갑게 굳어버린 장갑을 말리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휴식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갈 줄 알았는데 정말 큰 오해다.  추운 곳에서 반복적인 작업의 육체적 노동은 내겐 정말 고통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자유를 얻지 못하면 나이 먹어서도 계속 일할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밑천 없이 벌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데 감사하며 나는 오늘도 총알셔틀에 몸을 싣는다.


내 체력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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