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시플레저 Mar 07. 2023

마음이 청춘이면 몸도 청춘이다

저는 물류센터 일용직 근무자입니다

총알셔틀을 기다리면서 출근을 서두르는 여인네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보고 봄이 왔음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곳은 일 년 열두 달 시베리아 벌판이다.

냉동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차가운 바람이 가슴에 와닿으며 온몸이 차갑게 식는다.


더불어 나의 삶에도 거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찬 공기가 훅하고 불어와 물러갈 줄을 모른다.

하지만 시련도 곧 물러갈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어깨를 쫙 펴고 오늘도 씩씩하게 냉동창고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나이 육순에 시작한 물류센터 일용직 이야기

물류센터의 일당은 어 곳이나 최저시급을 넘지 못한다.

하루 8시간 근무(점심시간 1시간 제외)하고 일당 10만 원을 받지만 소득세 3.3% 공제 후 익일 통장으로 입금된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추운 것 빼곤 그래도 무거운 제품을 하루종일 들거나 나르지는 않아 다스팀이나 장팀들은 거의 고정 멤버이다.


다만 근무시간 내내 앉아서 하는 일은 없기에 어느 정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는 그래도 걷기로 단련된 하체라 서있거나 걸어 다니는 것은 익숙해 힘들지 않은데 다만 추운 것이 문제이다.


다스팀과 포장팀은 냉동창고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선호하는 자리지만 나이 먹은 나에게는 언감생심  꿈의 자리이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삼촌, 형님으로 호칭한다.

듣기는 좋다.

밖에서는 주민센터나 보건소, 은행이라도 방문하면 어김없이 어르신이라 부른다.

그들 나름대로 배려해서 부르는 것일 텐데 처음에는 듣기 거북하고 속상했었다.


내가 항상 청춘이라고 착각을 하고 살아 터이니라.

이젠 누가 봐도 나이 들어 할배가 되었거늘 늙음의 징후를 애써 아니라고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다.


일용직의 장점은 내가 출근하고 싶을 때만 출근해도 누가 머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주 5일 근무로 다른 물류센터와는 달리 토요일, 일요일은 전체 휴무이다.

나는 월, 화요일 근무하고 힘이 벅차 수요일 쉬고 목, 금요일 주 4일 근무한다. 할배가 나 보다.


냉동창고의 피킹작업의 장점은 그나마 관리자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한 다는 것이다.

남들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로 일할 수 있으나 너무 추워서 냉동창고 안에서는 쉬려 해도 쉴 수가 없다는 단점도 같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손과 발이 너무 시려서 나중에는 발이 깨질 것 같은 고통이 오는데 어찌 가만히 쉴 수가 있으랴.

하지만 관리자 간섭을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일한다는 것에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근무시간은 11시 30분에 시작하여 1시 30분에 20분 휴식, 그리고 3시 30분에 1시간 식사시간이 주어진다.

구내식당은 매일 찬이 바뀌며 1식 5 찬이다.

극한 노동 후에 점심때를 한창 지나 먹는 식사기에 나에게는 늘 꿀맛이다.


4시 30분에 다시 2시간 근무한 후 10분 휴식 후 8시 30분에  퇴근이다.

퇴근 후 다시 1시간을 달려와야 되기 때문에 정확히 12시간 후에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수고한 할배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출근 이상 없으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