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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의 손

반국가폭력TV

by 안병권


“안병권, 너 내일 군대 간다”

1983년 6월 12일 밤, 경기도 수원경찰서 보안분실, 담당 조형사가 툭 던진다.


1981년, 대학 3학년때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 타도하자’ 학내시위로 무기정학 처분 받고 1년 뒤 1982년 가을학기 복교했다.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학내외 활동에 전념했다. 1983년 6월 9일, 오전10시, 학내시위 배후조종 및 관련 혐의로 서둔동 자취방에서 체포 구금 나흘째 장면이다. 전두환·박준병 보안사령부가 저지른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공작으로 군대에 끌려가거나 현역 복무중 군대 내에서 열사들이 의문사로 막 돌아가시던 시절이라 이렇게 소리 없이, 흔적 없이 끌려가선 안되겠다 싶었다. 훗날 셋째 처형이 되는 분이 수원에 살고 있어 연락해서 얼굴을 봤다. 내 연인에게, 금산에 계신 부모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부탁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군대 끌려가서 생긴 일임을 인지하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6월 13일, 짚차로 의정부 101보충대 거쳐 강원도 철원 3사단(백골부대) 신병교육대 정문에 던져 졌다. 단독입대로 앞으로 굴러 뒤로 굴러 단 하루 만에 군인이 되었다.


그로부터 40여년

용산국방부앞 군의문사특별위원회 정기 1인시위에 서울대 강집모임에서 지원투쟁했다. 동시에 반국가폭력TV 감독자격으로 동지들의 끈질긴 투쟁을 격려하고 그 상황을 기록했다.


내란 주범 방첩사 해체하라

불법강집녹화 가해자 국립묘지에서 파묘하라

군 의문사 자료 즉각 공개하라


내 눈길을 끄는 존재들이 있다.

동지들의 ‘손’이다.

피케팅하고, 조립을 풀고, 모으고 수습하는 내내 애쓰고, 보듬고, 귀히 여기는 ‘손’들이 눈에 밟혔다. 빗물 철철이지만 전천후로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전투력 충만한 손짓들이 마음에 들어온다. 평생 역사 고비고비 견뎌내고 여전히 ‘새로운 동력’으로 작동하는 강제징집 동지들의 손 마디마디.


저녁을 함께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왕년의 우리가 해야 할 몫들은 무엇일까? 일종의 말벌동지 시선으로 마구마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리들의 지향은 끝내 이루어질 것이다.

안병권1인시위.jpg 안병권
1인시위마무리작업.mp4_000008011.png 동지들의 손
1인시위마무리작업.mp4_000096306.png 모든 마무리는 깔끔하게
권혁영.mp4_000008799.png 권혁영
김문수.jpg 김문수
단체사진.jpg 지원투쟁 마치고 18분 열사들과 함께
이용성.jpg 이용성/군의문사특귀위원장
조성무.jpg 조성무
최보근.jpg 최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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