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경계에서... 나를 보다.
2 화. 줄다리기. / 남우 생각...
숨을 크게 내쉽니다. 그리고 세상의 경계에 서 봅니다.
삶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같습니다. 이기기 위해, 혹은 적어도 끌려가지 않기 위해 저마다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상대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인지,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는지. 그런 생각들은 할 겨를이 없습니다. 숨 한 번 제대로 편히 쉬지 못하고 당기고 당기고 버티고 버팁니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아무 문제 없이 그대로인데, 그런 세상이 인간은 꽤나 심심했나 봅니다. 그래서 세상을 쪼개서 앞 뒤로 나누고 거기에다 순서를 매기고, 그것을 무한 반복으로 더 잘게 나누어 줄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세운 줄이 여러 세기에 걸쳐 지구를 겹겹이 둘러싼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찾기가 어려워져 버렸습니다.
인간들 역시 처음엔 세상과 완벽한 하나였을 터인데, 어느 순간 무한으로 쪼개어져 지금 각자의 위치로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그래서 앞을 보면서 열등감에 몸부림치고, 뒤를 보면서 우월감에 으스대는 미친 짓거리를 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요. 그렇게 앞 뒤로 번갈아 대치하면서 때로는 이기려 하고 때로는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앞사람을 붙잡고 끌어당겨 나아가 봐도 또 다른 앞사람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뒷사람을 계속 밀어 내쳐 보아도 또 다른 뒷사람이 나의 어깨를 잡으려 듭니다. 그렇게 열등감과 불안감은 끝내 치유되지 못하고 이 짓은 계속 반복됩니다.
이기는 것이 선이 되어버린 이 이상한 무한루프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쉽게 빠져나오질 못합니다. 아니, 빠져나올 생각조차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겨도 져도 상처를 입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단지 남보다 조금 덜 상처받기 위해, 아니면 자신이 받은 상처를... 한풀이라도 하기 위해 그렇게 기를 쓰고 이기려 하는 걸까요.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될까요. 끝이 나기는 할까요. 지금까지 내가 끌어내렸던 앞사람의 어깨가 사실은 나의 반대쪽 어깨였다는 걸 알아차릴 때까지, 지금까지 내가 떨쳐 내려했던 뒷사람의 손목이 사실은 나의 다른 쪽 팔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그래서 나의 어깨와 팔이 그토록 아팠다는 걸 알아차릴 때까지... 이 모든 것이 단지 게임일 뿐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아차릴 때까지... 우리는 종료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걸까요.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에는...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얼굴을 스쳐 내 머리칼을 어루만지는... 산들바람의 부드러운 손길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공중을 비상하는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꼬맹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도, 그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노인의 주름진 얼굴도 없습니다. 그곳에는 상처 위를 적시는 치유의 눈물이 들어설 자리도, 존재의 실어증으로 밤을 새우는 시인의 고뇌도 없습니다.
다만, 그곳에는 뿌연 흙먼지만이 눈앞을 가릴 뿐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각자가 다시 하나가 되는 그날.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남긴 상처도 그때는 하나가 되어 치유되고 더 단단해질까요.
지금... 당신과 마주 잡은 줄의 상대는 누구입니까... 사실은 또 다른 내 모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