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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준 Jun 10. 2023

그는 구원자가 아니라, 파괴자였다

<허구의 삶>, 이금이

상만은 허구가 두려웠다. 

그는 구원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헝클어뜨리고 허물어뜨릴 파괴자였다. 


허구와 가까이 지내난 동안 상만은 굳은 의지를 지닌 정직한 인간에서, 남에게 기대 사는 비겁하고 나약한 존재가 됐다. 


계속 허구 곁에 있다가는 또 어떤 대가를 치를지 알 수 없었다. 


<허구의 삶>, 이금이

image by CDD20 from Pixabay


나에게도 관계 속에 얽혀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나를 구원할 사람이라고 믿었던 자로부터 배신당하여 나락까지 떨어져 스스로 파멸되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파괴되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가 나의 구원자일지 파괴자일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 경계가 뚜렷한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후련하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다면, 결국 어떤 길로 갈지는 나의 선택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의 삶을 보충해주고, 나를 보살펴주고, 나와 함께할 거라 믿었던 구원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나에게 등을 돌린 채 나를 똑바로 보지 않고 힐끗힐끗 곁눈질 하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그는 악행을 가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나의 파괴자이다. 

나의 믿음이 금이 간 항아리에 붓는 생명수임을 알았다면, 다음은?


나는 항아리를 깨버렸다. 


소중하다 여겼던 세계를 잃은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위로하였던가.

울다가 글을 쓰고, 글을 쓰다 울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글만 남았다. 글 속의 상처는 여러 추억 중 하나이다. 아프지 않다. 


#허구의삶 #이금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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