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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준 Jun 23. 2023

별 보러 가자

별 보러 가잖다. 거절했다. 너무 뜬금없는 제안이었으니까.

어디까지가 순수한 제안일까? 정말 별을 보고 싶다는 건가, 별을 보는 내가 보고 싶다는 건가.

은수는 누군가의 호의를 거절하는 이 순간이 불편하다. 호의라고만 생각하면 그 제안에 뭔가 저의가 있을거라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호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제안의 상대방인 은수의 의사나 감정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일방적인 감정통로가 된 것이니 기분 나빴다. 


"제가 갑자기 별을 왜 보러 가요?"

"오늘 밤이 별 보기 좋은 날이니까."

"그래도, 굳이 밤에 저랑 둘이 가자는 거잖아요."

"그럼 별을 밤에 보지 낮에 볼까요."

"그건 그렇지만."

"싫으면 안가도 돼. 난 니가 별 얘기를 좋아할 줄 알았죠."

"별 얘기를 제가 좋아한단 소리를 한 적이 없는데, 그런 소리는 왜 해요?"

"전에, 내가 한참 별 얘기 해줄 때 꽤 주의깊게 듣는 것 같았어요."


그냥 당신이 떠들고 있으니 듣고 있었을 뿐이라고까지 쏘아붙일 수는 없어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다음에 첫눈 오면 눈 보러 가자."


'악...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그 선배는, 엄밀하게 선배는 아니었다. 3학년으로 편입해서 동기들과 함께 전공수업을 들었던 '아저씨'이다. 편입할 당시 이미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몇년 하다가 공부가 더 하고 싶어서 편입했다고만 전해 들었다. 22살이던 은수 동기들보다 적어도 대여섯살은 더 많은 걸로 추정되었다. 조용하고 차분해보였다. 그의 나이와 분위기 때문에 한창 발랄하던 동기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혼자 겉돌았다. 은수 또한 그를 그렇게만 대했던 터였다. 


이미지 : 愚木混株 Cdd20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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