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래곤스톤 Oct 18. 2023

[끄적 에세이 -14] 하기 싫은 일이 너무 많아요

하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 이유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 중 하나다. 세상을 사회에 맞춰 살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거나 도망가는 것을 너무 많이 해서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 모르게 되었다. 


지금 당장도 그렇다. 빨래는 출근할 때 입을 옷이 없어하게 되고 샤워도 출근을 하기 위한 준비로만 생각된다. 청소도 마찬가지 출근과 연관되어 있다. 원래 빨래는 옷이 더러워서 하는 것이고 샤워는 몸이 더러워서 하는 것이며 청소도 마찬가지로 집이 더러워서 하는 게 맞지만 나는 출근을 위해서 더러운 것을 제거한다.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적 자체가 하기 싫은 것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기 때문에 샤워, 빨래, 청소를 하기 싫다. 하기 전에는 압박감만 생긴다. 잠을 더 자거나 밥을 먹거나 해도 되는 시간이고 멍을 때리면서 재미있는 상상을 해도 되는 시간에 나는 하기 싫다는 감정으로 꽉 차 아무것도 안 하다가 몰아서 하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그냥 하면 된다' 사실 알고 있다. 그냥 해도 된다. 굳이 의미를 넣어가며 해야 할 일들이 아니다. 너무 간단한 일인 것은 확실하다.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의미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하기 싫은 상태로 하기 때문에 이 간단하다 말할 수 있는 것조차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끔은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없는 것은 억지로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없애고 싶지만 실천하기까지 너무 많은 감정들이 소모되고 있다. 그저 행동으로 보면 게으르지만 마음속은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내가 하기 싫은 이유는 일을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임을 살펴보았다. 나는 일이 하기 싫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가 필요해서 하는 것일 뿐 내가 원하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는 부지런하게 움직였던 시절이 있다. 게임을 하더라도 엑셀로 목표를 정해두고 분석하면서 게임을 할 정도로 게임할 때 열정적인 백수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 처음 생긴 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유치원을 가기 싫었다. 유치원을 가면 먹기 싫은 매운 김치를 억지로 먹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재미가 있었겠지만 나는 맵다는 고통과 음식을 억지로 먹는 고통을 억지로 느껴야 했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싫었다. 친구가 싫었고 거기서 배우는 모든 게 부정적으로 들어왔다. 이곳은 김치를 억지로 먹어야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나를 괴롭히는 일진이라는 존재가 다니는 곳이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하는 모든 행동이 싫었다. 공부도 그래서 하기 싫다는 감정이 올라왔다. 장소가 싫으니까 그곳의 모든 것을 하기 싫다고 인식하는 아이였다. 행복을 찾아 떠나기보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도망가는 아이였다.


그렇게 이어온 나는 지금 직장이라는 곳을 다닌다. 생활비를 위해서 다니지만 그곳도 마찬가지로 내가 하기 싫은 것들을 해내야 돈을 받을 수 있는 장소다. 경력이나 스펙 없이 할 수 있는 수많은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했지만 퇴사했던 이유는 일이 너무 하기 싫고 압박감이 심해서이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관둔 적은 거의 없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로 퇴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돈을 벌고 싶다. 그 하고 싶은 일이 돈이 벌리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로 견뎌야 하는 고통으로 마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전에 하기 싫은 감정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고 싶은 것조차 하기 싫은 것 때문에 생기는 단순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았고 순수하게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까지 하기 싫은 감정들을 인정하고 느끼기로 했다.


그렇게 하기 싫은 감정들의 원인을 찾고 느끼고 무뎌진다면 온전하게 나로 남아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비로소 그것을 위해 느껴야 하는 고통을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끄적 에세이-13]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