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본 만큼 세상은 넓어진단다.
안정적인 서울생활을 하고 있었다.
일도 3가지나 하고 있었고, 이 안정적인 형태를 깨고 싶지 않아
나의 행동반경을 넓히지 않았다.
아니 넓히고 싶지도 않았다.
사진을 공부하며, 내 틀에 박힌 사진들 말고
조금은 환기를 하고 싶었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난 안정형이었고
앉은자리에서 사진을 찍기만 했다.
“네가 본 만큼 세상은 넓어진단다.”
엄마는 고민하는 내게 해답을 주었다.
하지만 회피했다.
”전 이 생활에 아무 불만도 없고 변화를 주고 싶지도 않은걸요? 혼자 여행은 제게 그냥 숙제 같은 거예요. “
그러다 사랑하는 플레이 리스트에 떠 있는
노을 안에 물든 다리 사진을 보고 내 마음이 움직였다. 저긴어딜까?
저곳에 가고 싶어 졌다. 내 카메라 내 구도로
저 다리를 담고 싶었다.
생뚱맞은 곳에서 나는 여행을 결심했다.
사람을 무서워하고, 도전을 무서워하는
내가 사진을 사랑하며 작은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무작정 돈을 모으며 밤마다 지도를 펼쳤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그냥 메모장에 끄적였다.
‘죽기 전에 에펠탑은 보고 죽어야지.’
’ 스위스 풍경이 그렇게 그림 같다며?‘
여행계획을 써 내려갔다. 마지막 줄에 플레이리스트 사진에서 본 이탈리아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행계획?
스스로 무언가를 도전한 적이 별로 없으니
정말 막막함 그 자체였다.
어디서 묵어야 하지? 뭘 타야 하지? 환전은?
차분히 <유랑>이라는 네이버 블로그에 가입해
정보를 하나하나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저 한 달 여행일 뿐이었지만
많은 요소들이 나를 괴롭혔다.
일은 어떻게 스톱할 것 인가부터
관계까지.
이런 걸 감수하면서 까지 여행을 가야 할까
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내 손은 멈추지 않고
먹고 싶은 것, 찍고 싶은 것을 기록 중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 여행 가고 싶어 하는구나.
‘ 친구 중에 배낭여행에 미친 애가 있었는데
왜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냐 물었더니, 비밀을 말하러 가는 거라 했어요.‘
그리고 궁금했다. 정말 나와 엮일 일 없던,
내 치부, 내 과오,
하나도 모르고 타지에서 이방인과 만나보는 일들, 여행지에서 동행자를 만나는 일을 기대하게 되었다.
난 작은 용기를 가지고 그렇게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 인연을 맺고
헤어지고,
나에 대한 음식취향, 음악취향, 장소취향
외로움과 행복까지 배우게 되었다.
용기가 없다면 나와 함께 연습해 보는 건 어떨까.
이 이야기를 말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