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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팀 2024년 회고: 실패를 실패라 부르지 못하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실패 회고

by seezak

2024년 7월, 시작 팀은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지난 2년간 운영하던 서비스를 모두 종료했고, 우리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었다. 대표자인 나를 제외한 팀원 모두가 팀을 떠났다(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정서적 지지대가 되기로 하였다). 정들었던 사무실도 정리했다.


실패를 실패라고 정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실패는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의 실패를 단정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실패 했다고 말하는 순간, 실패자가 된 기분이 드니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자신의 실패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것 같다.


돌아보면 나도 실패가 두려웠던 것 같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후회는 남지 않지만, 내가 좀 더 용기를 갖고 실패를 직면했다면 좋았으리라는 반성이 있다.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커다란 문제들은 실패를 실패라고 정의하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했다. 잠깐의 감정적 위안을 바라며 쌓아놨던 실패의 조각들이, 한 순간 무너지며 돌이킬 수 없는 큰 실패를 불러온 것이다.


큼직한 실패가 있었던 2024년은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실패한 것인지, 실패 원인들을 정확히 되짚어보고 싶다. 그 원인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해소했을 때, 2025년은 한 걸음 성장한 한 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평소에도 글을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실패에 대한 글은 더 솔직하게 쓰고 싶다. 일단 실패에 솔직해진다는 것은 내가 실패를 당당하게 마주하게 되었다는 반증이 된다.

그리고 내 실패를 드러내야 다른 이의 실패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업을 하면서 주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지만, 성공의 비결만 무성하고 실패의 비결은 찾아볼 수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다. 나의 실패담을 누군가 읽고 찾아와 자신의 실패 이야기를 공유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첫 번째,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의 실패


'의사결정'이란 단어는 다소 지루해보이지만 경영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다보면(또는 삶을 살아가다보면) 우리가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결정을 못한 채 끌려가는거나 다름 없는 상황이 너무나 자주 발생한다.


우리 시작 팀은 선택지 A와 Z 중 하나를 결정해야되는 상황인데, 양쪽의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다며 A 근처의 모호한 B나 C, 반대쪽 Z 근처의 X나 Y를 결정하면서 차츰 방향을 잃게 되었다. 서비스 기획이든, 재무 전략이든, HR이든, 대부분의 의사결정들을 그런 식으로 내렸다. 결국 이것도 두려움 때문인지 모른다. A로 결정하는게 다소 극단적이고 두렵더라도 일단 시도하고, 다시 돌아와서 Z로 가는 결정을 내려도 되었는데 말이다.


대표적인 의사결정은 '투자 유치' 이다. 나는 사업 초기부터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 대해 여러 이유로 비관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은 매출로 그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한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달리 공동창업자와 과거 팀원들, 또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스타트업인데 투자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냐며 안타까워했고, 나와 많은 갈등을 겪었다. 이때 정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었다.

무엇보다, 나의 주변인들을 어중간하게 설득한다며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척' 했던 나의 어중간한 의사결정이 문제였다. 결국 나의 나약함이나 갈등 해소 능력 부족으로 마음이 흔들렸고, 그 흔들림으로 인해 의사결정에 실패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스스로를 위해 되내인다. 0과 1의 의사결정이 있을 뿐, 0.5의 좋은 의사결정은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두 번째, "계산(Calculation)"의 실패


사업의 성장을 재무적으로 바라보면 매출 요소의 성장과 비용 요소의 감소로 구성된다.

시작 팀은 매출의 성장에만 전념하고, 비용은 계산하지 않은 채 많은 출혈을 겪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문제는 경영학과 출신인 내가 학교 수업을 소홀히 들은 것에 기인한다(물론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면 수업은 더욱 적극적으로 안들었겠지만..)

비용 감축에 대한 계획이 부재하자, 시간이 갈수록 매출이 성장해도 팀이 행복해하지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 투자 받지 말고 매출로 자생해보자는 대표의 말만 믿고 달렸던 팀원들은 동기를 잃고 주저 앉을 만도 했다.


경영자로서 회사가 매 달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다음 달, 다음 연도에 추진하는 계획에서 얼마를 더 벌고 얼마를 더 써야하는지 꼼꼼히 계산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계산의 능력이 아닐 수 있다. 비용을 줄여야한다면, 다소 매몰차고 차가운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생기는데, 이때 철저히 '계산적'으로 임하는 자세에 대한 것일 수도 있겠다.


세 번째, "자기 관리(Happiness Management)"의 실패


결국 사업체는 사람이 운영하는 조직이다. 사람의 정신 상태가 바르지 못하면, 조직도 방향을 잃게 된다.

내가 사업을 하는 동안 술에 취해 있거나 이상한 짓을 하느라 정신이 바르지 못했던 적은 결코 없다. 다만, 돌아보면 내가 하고싶어서 시작한 사업인데 내가 불행한 상태였던 적은 너무나 많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사업이란 길을 스스로 선택한 내가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걸 깨달은 때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내가 불행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때에,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우리 팀원들에게 가장 부정적 영향을 주었고, 결국 우리 팀도 행복에서 차츰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자기 관리"는 곧 "행복 관리(Happiness Management)" 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행복하면 조직도 행복해지고, 회사도 행복을 얻는다. 말은 쉬운데 사람이 행복하기가 참 어렵긴 하다.




시작 팀의 2025년


사업을 하는 동안 우연히,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누군가는 내가 '인류애'가 강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때, 내가 행복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 힘든 때도 많지만, 언제나 나는 고객에게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기 위한 과정에 있기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비로소 알았다.


시작 팀의 경영자인 내가 행복하다면, 우리 회사가 고객에게 충실한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뜻일테고, 나의 행복은 곧 우리 팀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2025년은 그렇게 '조금 더 행복한' 한 해로 만들어볼테다.


실패 회고를 작정하고 쓴 지라 어두운 이야기만 담은 감이 있다. 우리 시작 팀이 잘해낸 것도 많은데..

시작 팀이 지난 2년간 잘한 것은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어렴풋이 떠올려줄 것이라 믿는다.


나와 시작 팀을 찾아주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행복을 나누는 2025년이 되기를 바라며,
2024년 회고를 마친다.




*개인적으로 2025년에는 여러 분야의 사업자들을 모아 솔직한 '실패' 이야기를 나누고 성장하는 <실패 클럽>을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실패 클럽에 관심 있는 분은 seezak.sunwoo@gmail.com 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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