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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쏟아지는데, 나는 여전히 기획을 한다는 것

by Paula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 강의 광고가 끊임없이 노출된다. Chat GPT 없이는 기획을 못 할 것 같고, 이 정도면 기획 직무 자체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기술 하나 익히지 못하면 뒤처지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시대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럴수록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공부는 무엇인가?"
"내가 진짜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조급함 속에서 중심을 잡는다는 것

나는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일을 잘한다. 현장의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걸 기능과 흐름으로 치환해 내는 걸 좋아한다. 다양한 도메인의 사용자 여정을 많이 그려봤고, 많은 병목을 설계로 풀어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쌓아온 감각보다 조급함이 앞서는 나를 발견했다.
강의 목록을 스크랩하고, 책을 주문하고, 이걸 모르면 안 될 것 같아 불안해진다.

그렇게 나는 ‘방향’보다 ‘속도’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걸어온 변화의 시간들

돌아보면 나 역시 변화 속에서 일해왔다.

BE/FE가 분리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퇴근 후 노트북을 들고 강남 학원에서 ‘빅데이터’를 배웠을 때,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가 순식간에 올라왔다가 사라질 때,

피그마라는 툴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업계 표준이 되었을 때.

그때마다 새로운 개념과 도구를 익혔고, 어느 순간 그게 당연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라는 흐름 앞에서는 유독 무력감이 컸다.

내가 쌓아온 기획 역량이 언젠가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처음으로 ‘내가 정말 뒤처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신기술은 계속 만난다. AI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전시를 구경하고, 도구를 테스트하고, 못 알아들은 건 찾아보고 정리한다. 하지만 핵심은

"조급하게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영역을 끈기 있게 정리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나는 나의 강점을 다시 꺼내보고, 견고히 정리하기로 했다.

사용자의 불편을 발견하는 힘

복잡한 흐름을 구조화하는 사고

개발자 출신으로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불필요한 업무방식 개선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기획에 녹여내는 성실함

이건 여전히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이라 믿는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태도

이 업계에서 오래 버티려면 기획자도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빠르게 습득하고 흡수하는 태도다. 이제는 선배, 후배를 나누는 시대가 아니다. 누구에게든 배울 수 있다는 자세로, 사람만 할 수 있는 협동력으로 지식을 주고받으며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매일 하나씩 내 영역을 확장해가야 한다.



10년 뒤의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10년 뒤에도 나는 피그마로 와이어를 그리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건 오히려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획이라는 일이 더 입체적으로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나만의 축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그 축을 세우는 중이다. 불안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정리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과는 계속 스킨십을 반복한다.

그게 지금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기획자라는 직무는 끊임없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익숙했던 도구가 사라지고, 익혀야 할 기술은 늘고, 해야 할 질문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럴수록 더 중요해지는 건,
당장의 불안보다 자신의 중심을 붙잡는 힘이다.

여태껏 만났던 기획자 중 똑같은 사람은 없었다. 디자인 감각이 더 뛰어난 사람, 데이터 친화적인 사람, 강력한 도메인 지식을 가진 사람, 리더십이 강점인 사람, 팔로워십이 강점인 사람, 리포트에 강한 사람, 유저사이드 트렌드에 강한 사람,

아이디어 뱅크, 꼼꼼한 사람 등..

자신이 찍어온 점들을 연결해 강점을 찾아내고
무엇을 계속 쌓아갈지, 무엇을 의도적으로 내려놓을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기획자들에게 하나의 응원이 되어주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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