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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노는 시간’이 아닌 ‘감각을 깨우는 시간

익숙한 자리 밖에서 감각을 다시 세우는 순간

by Paula


컨퍼런스에 가는 이유는 새로운 지식 때문만은 아니다

IT 업계에 있다 보면 컨퍼런스나 세미나에 다녀오는 사람이 유독 눈에 띈다.

최근 AI 때문에 나도 하반기에만 4번 정도 다녀오고도

1~2회 정도 컨퍼런스를 더 신청해 두었다.

이런 행사는 단순히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이 업계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온도를 체감하는 시간이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대부분의 세션을 볼 수 있지만
현장에 가보면 그 차이를 바로 느낀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따라가려는 사람들,
노트북을 펼쳐 필기하는 사람들,
세션이 끝난 후에도 연사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그 열기 속에서 “이만큼의 사람들이 이만큼 진심이구나”를
직접 보는 게 큰 자극이 된다.



업무 외 시간에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논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걸
성실함의 기준으로 삼는 리더 아래에서는
이런 시도가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배움은 일과 완전히 분리된 시간이 아니라
더 오래, 더 넓게 일하기 위한 숨 고르기다.
컨퍼런스는 그 숨을 쉬는 자리다.



최근 배민 우아콘에 다녀왔을 때,
준비된 세션들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건 한 참석자였다.
연사보다 훨씬 연차가 많아 보였는데
끝까지 메모하며 집중하던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요즘 팀원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혹은 단순히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 태도 하나만으로도 배울 게 많았다.



시니어일수록,
배움의 기회를 ‘주니어의 몫’으로 넘기지 않아야 한다.
“그런 데는 너희가 다녀오렴”이라는 말은
조직이 멈추는 신호와도 같다.
신입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는 순간,
스스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


배움은 옆으로 퍼지는 것이다

나는 올해 입사한 신입 동료들과의 대화를 즐긴다.
실력이 좋고 스마트한 것은 물론이고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내가 더 배워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자리를 ‘가르침의 시간’으로 착각하며
굳이 회의실을 잡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배움은 위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퍼지는 것이다.

컨퍼런스는 그런 ‘옆으로 흐르는 배움’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만 가는 것이 아니다.
이 업계에 진심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열정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 공기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걸 느낀 사람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서도 다르게 일한다.
조금 더 호기심을 갖고,
조금 더 열린 시선으로 동료를 바라본다.



결국, 이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자존심 대신 배움을 택하는 사람이다.
컨퍼런스는 그 배움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신호다.
그 안에는 새로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
‘배우는 사람들의 공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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