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3년째다. 한동안은 너무 소중하게 여겨져서 절대 팔지 않고, 끝까지 탈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젠 헤어짐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 차에 대한 이야기다. 내 첫 차말이다.
2010년 말 나는 내 생애 첫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반떼에서 시작한 차량구입 계획은 소나타를 거쳐 그랜져가 되었다. 예산은 2,000만 원이 넘게 올랐다. 그럼에도 사고 싶었다. 그냥 당시 길에서 본 국산차 중 유일하게 눈에 들어온 차였기 때문이다. 너무 소중해서 조심조심 운전하고, 틈나면 광을 냈다. 구매 후 3년 동안 얼마나 달렸는지, 거의 택시운전하시는 분들만큼 운행을 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빠르고 날쌔게 날 데려가줘서 너무 고마웠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의 발이 되어준 내 차 덕분에 좋은 일도 많이 있었고, 매번 다니던 길도 드라이브하듯 재미있게 다닐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다른 차가 생기긴 했었지만 그럼에도 이 차만큼은 처분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10년이 넘으니 특별히 사고가 나지 않아도 차에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난 만큼 부품에 녹이 슬고 어딘가는 낡아가고, 어디서 긁혔는지 모를 스크래치들이 생겼다. 이제는 언덕길을 올라갈 때 힘겨워하는 엔진소리가 들리고, 변속을 할 때 울컥하는 느낌이 들고, 창문을 내릴 때 예전에 없던 소리가 들린다. 그런 시간이 쌓이며, 이젠 나도 조금씩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 차에 애칭을 붙여서 불러주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차는 그저 물건이고, 팔면 그만인 데, 과도한 애착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내 차엔 애칭이 없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든 나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준 차에 대한 고마움말이다. 절대 안 팔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헤어짐의 시간이 가까워오니 아쉬운 마음이 큰 것은 사실이다. 세월이 오래된 만큼 좌석이 나에게 딱 맞추어졌는지, 아무리 새 차를 탄다 해도 오랜 내 차만큼 편하지가 않다.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차가 오래되어 그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을 사람에게 꼭 맞게 비유할 수 없겠지만, 사람의 나이 듦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나의 차와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처럼, 어쩌면 내 차도 나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 차에게 난 좋은 주인이었는지. 그랬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