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목표의 부재
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흐름출판
유튜브, 웹툰, 모바일 게임, 쇼츠
시간이 남거나 아무 생각이 없을 때
혹은 밥을 먹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
무의식 중에 클릭하게 되는 것들이다.
벗어나보고자 핸드폰에서
유튜브와 모바일 게임은 삭제했지만
네이버 앱을 이용하다 넘어가는 웹툰과 쇼츠
밥을 먹으며 아이패드로 찾아보는 유튜브는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한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대로
나의 일상을 기록하며 평가하기도 했지만,
피곤한 상황이 오거나 쉬고 싶은 상황에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게 되었다.
결국 애써 줄인 시청 시간이 다음날부터 다시
부쩍 증가하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시도하고 실패하고 포기하고
다시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해 2달이 지났다.
어느덧 쾌락과 고통을 이해해도 행동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문득 근본적인 실패 원인이 떠올랐다.
그동안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발견한 핵심 실패 원인이 맞는지 스스로
검증해 보았고, 다른 원인들보다 훨씬 명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명확한 목표의 부재"가
중독에 빠지는 핵심 원인이었다.
"넓게 봤을 때 중독 addiction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도박, 게임, 섹스)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27p
전반적으로 고통과 쾌락의 균형에 대해
과학적인 이론으로 접근하며
동시에 작가가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를 공개하여 현실적인 내용도 다룬다.
성적 중독, 마약 중독등 일상생활과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환자들의 개선 과정을 보다 보면
저렇게 심한 상황도 극복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DOPAMINE
이라는 단어의 철자를 이용해 총 8가지 단계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나와있다.
D : data / 현재 나의 상태는 어떠한가?
O : objectives / 이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P : Problems / 행동 결과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A : Abstinence / 딱 한 달 동안 절제해 보기
M : Mindfulness / 절제로 인한 고통을 관찰하기
I : insight / 나의 행동을 명확하게 통찰한다.
N : next step / 절제 한 달 이후의 목표는?
E : experiment / 적절하게 이용하거나 버리기!
처음 세 단계는 쉽게 작성이 가능했다.
이전에 읽은 거인의 노트를 바탕으로
하루의 기록을 자주 남기다 보니, 현재 나의
문제와 개선할 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네 번째 단계인 한 달간 절제하기가
가장 핵심이며 정말 어려웠다.
감사하게도 책에서는 세 가지 방법,
물리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어떻게
자신을 구속하고 정제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알려준다.
알려준다. 한 번 시도는 해 보았으나 나와는
맞지 않았고 금방 다시 돌아와 버렸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저울에 비교해서 표현을 하였는데
쾌락을 느끼면 나중에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고통이 찾아오고, 쾌락만 추구하다 보면 나중에는
저울이 고장 나서 더 이상 쾌락은 느껴지지 않고
고통만이 남아있게 된다고 한다.
또한 쾌락을 추구하다 보면 우리의 뇌 구조는
그에 맞추어 구성이 된다고 하는데, 원래 상태로
뇌를 재구성시키기 위해서는 평균 4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수치이며,
위의 방법에서 절제시간을 한 달인 이유이다.)
1. 핸드폰에서 유튜브, 게임 어플들 삭제
- 핸드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는 완전히 사라졌다.
- 아이패드, pc에서는 검색으로 쉽게 접근이 되어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2. 시청을 자주 하는 시간에 다른 활동 진행
- 퇴근하고 운동하고 돌아와서 주로 시청을 하기에
운동 시간을 늘려서 대체해 보았다.
- 체력의 한계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그냥 운동을 더하고 유튜브를 보고 더 늦게 잠
3.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해당 시간에 진행
- 피아노 연주라는 새로운 취미를 시작.
- 연주를 하기 위해 유튜브로 연습하다 보면
연주하기 전, 후 다른 영상을 클릭하게 됨
처음에는 접근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했다.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으니 당연히 멀어지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도
마음만 먹으면 설치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웹툰과 유튜브는 보기 위해서 굳이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열고 찾아서 보는 나의 행동이
단순히 접근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으로는 도파민 원인이라 생각했다.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마치 내가 유튜브와 웹툰을 둘러보며
썸네일 혹은 제목을 보다가 더 기대가 되는 내용을
클릭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도파민이 발생하며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이에 대해서 80% 정도는 맞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운동을 하며 더 좋아진 나의 운동 능력을
기대하거나, 개발을 하며 더 발전된 나의 로봇을
기대하거나, 글을 쓰며 더 나아진 필력을 기대할 때
비슷하게 도파민이 발생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콘텐츠 소비와는 다르게 쉽게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여 연속적이지 않다는 차이는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 보다가 발견한 것이
"명확한 목표"의 존재 여부이다.
유튜브나 웹툰을 볼 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클릭을 하지 않는다. 그저 순간적으로 궁금하거나
기대가 되어 클릭할 뿐이다.
그렇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면 방금 내가 무엇을
봤는지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목표 없이 소비한
것이기에 알고 싶었던 내용도, 알게 된 내용도
없는 것이다. 간혹 가다 인상 깊은 내용이 있지만
잠깐 생각하다가 금세 다음 내용이나 영상이 눈에
들어오고 그 기대감에 클릭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점 생각 없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다음날이 되면
여전히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반복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콘텐츠를 소비하기 전 나에게 잠시 물어보았다.
"이 영상이나 웹툰을 보는 이유는?"
클릭하기 전 이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지만 한 번 이런 생각을 갖기 시작하니,
유튜브와 웹툰을 시청하는 시간이 적정 수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유희를 즐기기
위해 본다는 답변을 스스로 내리다가 어느 시점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게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가 진심으로 이루고 싶었던
일들이 떠오른다면, 더욱 쉽게 콘텐츠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는 "저울의 교훈"이라며
총 10가지의 교훈이 적혀있다.
그리고 10번째에 해당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몰입하는 사람들은
중독의 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