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화에 어떻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아버지와 딸 이야기도, 바캉스 이야기도, 전율을 느끼기 보다 눈물이 먼저 나는 영화도 좋아하지 않는다. <애프터썬>은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데도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뒤흔들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기억'에 대한 영화이며, 그걸 너무나 영화적인 방식으로 섬세하게 구현하고 있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평생의 기둥이 되는 사랑이 있다.
떠나감으로써 큰 상처를 남겼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자원을 준 사람.
그게 바로 소피의 아버지다.
<애프터썬>은 최근에 본 영화들 중 가장 '순간'을 세밀하게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기억을 연출하는 방식도 인상깊었다.
요란스럽지 않고 조용하게 딸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가까운 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 아빠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아빠가 카펫을 사서 그 위에 누워 있는 모습, 혼자 밤에 바닷가로 달려가는 장면 등은 당시 샬럿이 절대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소피는 당시의 아빠를 이해하기 위해 기억을 조각 조각 꿰 맞추다 비어있는 공간을 자신의 상상으로 채운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한참을 울었는데, 그건 이 영화가 신파여서가 아니라 한 사람에 대한 한 사람의 기억이 주는 무게와 모양, 그리고 울림 때문이었다.
모든 기억은 픽션이며 적극적으로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는 적극적인 '허구'를 생산하게 되기 마련이다.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때 놓친 진실은 무엇이었나? 어디에 단서가 있었나?
<애프터썬>은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그 해 그 여름 바캉스를 추억한다. 90년대의 캠코더, 수중 카메라, 폴라로이드 등 다양한 기록 수단으로 아빠와 딸의 모습을 담고, 그때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상한다.
샬롯 웰스 감독이 나랑 동갑이라 영화에 쓴 음악 하나하나가 다 내 추억을 자극했다. 영상미도 아름답지만 최근 본 영화 중 음악을 가장 잘 쓴 영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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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션> vol.3이 다루는 영화는 <애프터썬>입니다.
잡지 본문에서 <애프터썬>을 세밀하게 분석한 비평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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