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네픽션 Feb 09. 2023

다음 소희 - 사방의 벽으로 갇힌 소희에게



<영화의 전당> 기고글


영화에 나오는 말마따나, 일이 힘들면 일을 그만두면 된다. 그런데 왜 소희(김시은)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죽음을 택했나? 정주리 감독의 신작 <다음 소희>(2023)는 지방 특성화고 현장실습으로 통신사의 콜센터 일을 하던 소희의 석연치 않은 자살 사건을 다룬다.


영화는 데칼코마니 형식으로 전개된다. 2부의 주인공인 형사 유진(배두나)은 1부의 주인공인 소희가 죽은 호수에서부터 시작해 소희가 죽기 전에 밟았던 행적을 거꾸로 따라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유진이 발견하는 것은 취약한 어린 학생들을 도망치지 못하는 사지로 용의주도하게 몰아넣은 구조의 촘촘함과 견고함이다.


소희가 했던 일은 단순 상담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해지를 원하는 고객들이 해지를 하지 못하게 막는 ‘2차 방어’였다. 소희가 속한 통신사는 부러 겹겹이 쌓아놓은 복잡한 해지 절차 속에서 과중한 위약금이라는 채찍, 상품권이라는 당근으로 고객들의 해지를 막는다. 마찬가지로 사회의 구조도 소희가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방어’를 한다. 직장은 소희가 바로 그만둘까 봐 보험으로 인센티브를 ‘2달 뒤’ 지급하겠다고 하며, 선생님은 취업률이 낮아지면 학생들과 학교에까지 피해가 간다며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소희를 강하게 만류하고, 엄마는 ‘회사 그만둘까’라고 하는 소희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친구들은 소희보다 낫지 않은 삶을 겨우 버텨내면서 ‘원래 돈 버는 게 다 그렇다’고 하며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가능성을 막아버린다. 인터넷 해지를 막는 방어는 2차 방어까지 있고, 콜센터 직원인 소희가 일을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방어는 말 그대로 사방四方에 있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는 방어 구조는 없었다.


도저히 사람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장벽들. 알고 보면 악인은 없고 다 자기 위치에서 애를 쓴 것뿐이라 변명하지만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한 한 마디 한 마디가 소희에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벽으로 다가왔고 결국 죽음을 택하게 했다...... (중략)




(이하 전문은 영화의 전당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dureraum.org/bcc/board/view.do?rbsIdx=303&idx=211








매거진의 이전글 애프터썬 - 태양이 지고 난 후에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