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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Mar 06. 2023

모태 뚱녀의 슬기로운 조리원 생활 part2.

경산모는 다르다.

첫째 때는 멋모르고 조리원에 입소하여 하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울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시기에 호르몬 변화로 인하여 많은 산모들이 우울감을 느낀다고 한다.

제왕절개로 몸이 너무 아픈데 옆에서 날 돌봐줄 남편마저 없으니(코로나19로 남편 입소가 불가능했다.) 서러움이 복받쳤던 것 같다.



하지만 경산모는 다르다.

조리원 담당자의 교육도 딱히 필요하지 않다.



첫째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육아에서 벗어나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남편이란 존재도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제발 천천히 가길 바랄 뿐이었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낮잠을 즐기거나 하루종일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조리원의 꽃은 마사지 아니겠는가!



사실 내 몸뚱이는 마사지로 살이 빠지는 몸뚱이가 아니다. 첫째 출산 때도 조리원에서 마사지를 미친 듯이 받았으나 딱히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맘카페를 보면 산후 마사지로 임신 때 찐 살을 모두 뺐다는 후기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내 친구는 조리원에서만 20kg을 빼서 집에 왔다. 그 친구가 말하길 마사지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신기하게 살이 빠진다고 했다.



나는 첫째 때 조리원에서 딱히 살을 빼서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체중감량이 아닌 산후 회복에 초점을 두고 싶었다.



첫날 마사지실을 올라가니 여러 명의 산모들이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그중 몇몇 산모들은 앓는 소리를 내기도 했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마사지가 얼마나 아프길래 저럴까. 나는 워낙 마사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비교적 아픈걸 잘 참는 편이기도 해서 아파하는 산모들과 나는 다를 줄 알았다.





나는 90분 마사지 내내 "잠깐만요! 너무 아파요!"를 4번 정도 말한 것 같고 "악!" 하는 소리도 종종 냈던 것 같다.



마사지를 해주셨던 관리사님이 말하길 "지금 마사지 강도를 약하게 하는데도 많이 힘들어하시네요. 보통 경산모인 분들이 더 아파하시더라고요. 더군다나 산모님은 체중이 많이 증가하셔서 종아리나 허리 같은 곳이 많이 아프실 거예요."라고 하며 열심히 아픈 부위를 풀어주다.



내 신체에서 유일하게 얇은 부위가 발목과 종아리인데 그 아이들이 이 엄청난 무게를 10개월간 지탱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고. 소리가 안 나오는 게 이상했다.



그리고 내가 임신했을 때 출근을 하며 첫째 아이 등하원을 담당했는데 늘 아이가 안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10kg이 넘는 아이를 들고 다녀야만 했다. 때 내 무거운 몸뚱이와 아이 무게로 인해 족저근막염이라는 질병까지 얻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 발바닥, 발목, 종아리, 허리 등 나를 지탱하고 있는 신체부위에 안함을 느낀다. 내 무거운 몸뚱이로 인해 신체부위들 계속 학대를 당한다면 또 다른 질병을 얻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반드시 체중감량을 해야만 하는 상태였다.



어찌 되었든 마사지를 받는 시 평화롭지 않았다. 지독히도 아파서 그 좋아하는 마사지가 빨리 끝나기만 바랐다.



마사지를 받고 방에 오면 수유콜도 거부할 정도로 침대에 널브러져 있어야만 회복이 되었다.



첫째 때는 들어오는 수유콜은 전부 다 오케이 했고 심지어는 아이랑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싶어서 신생아실에 늦게 데려다주곤 했었다.



하지만 경산모는 다르다. 조리원에서 수유콜을 거절한다 해도 모성애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잘 쉬고 잘 회복해야 집에 가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내 몸 회복을 1순위로 생각하며 쿨하게 수유콜을 거절하였다.





내 담당 마사지 관리사님은 실력이 정말 좋다. 손 끝이 정말 야무져서 아픈 곳을 잘 풀어주고 땀을 흠뻑 흘릴 수 있게 해 주었으며 그로 인해 몸속에 쌓여있는 노폐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도와주다. 특히 나의 어마무시한 등살을 파워풀하게 다뤄주셨는데 부기가 빠지는 것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부종으로 인하여 만삭 때부터 출산 후까지 퉁퉁 부어있던 내 다리와 발의 부기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였다.



산적과 같았던 내 다리(내 첫 번째 글 표지사진)를 이렇게 만들어주다. 마사지로 인하여 나의 몸뚱이가 아주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물론 거울을 보면 여전히 뚱뚱한 삐에로 같았지만 피가 조금은 줄어든 것만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체중계 위에 다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모름지기 체중은 공복상태인 아침에 재야 한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세수를 한 후 첫 소변을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조리원 거실로 나갔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자동으로 키와 체중을 동시에 잴 수 있는 기계라 키를 측정하는 바가 요란하게 내려와서 깜짝 놀랐다.

혹시라도 요란한 소리 때문에 누군가가 내 체중을 훔쳐볼까 봐 숫자를 빠르게 확인하고 그 숫자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 정수기 쪽로 가서 참았던 갈증을 해소했다.



73.7



8.6kg이 빠졌다.

사실 더 빠졌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실망감도 들었지만 그래도 숫자 앞자리가 바뀌어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훌륭한 마사지 관리사님 덕분에 그나마 살을 뺄 수 있었다고 본다.



마사지 마지막 날 관리사님이 말하였다.

"저도 제 아이 임신했을 때 25kg이나 쪘었어요. 그래서 체중이 많이 늘어난 산모님 같은 분들의 마음을  잘 알아요. 제 마사지로 산모님 건강회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이렇게 마음 따뜻한 은인을 만난 나는 73.1kg으로 총 9.2kg을 감량하여 조리원을 퇴소할 수 있었다.



앞자리 6이 코앞이기 때문에 금방 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경산모는 말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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