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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준 Apr 30. 2024

번외2) 첫 알바를 그만 두는게 왜이리 싱숭생숭…

생각이 많아지는 첫경험

 재수가 끝나고 12월 복잡다산한 마음을 다잡고 약간의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다. 전에 하루씩하는 초단기 알바는 해봤어도 정식으로 어딘가에 속해 알바생으로서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식당 서빙 알바 면접을 보고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 했는데 다행히도 나 말고 다른 신입 알바생분도 있었다. 첫 알바여서 그런지 호칭부터 태도까지 어떤식으로 해야할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를 알려주는 정직원(일하는 곳에 정직원과 알바가 함께 있었다)분은 나랑 같은 나이였기 때문에  대하기 좀 더 편했었다. 알려 주시는 분도 동갑이라 그런지 느낌적으로 더 살갑게 더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나와 같이 온 알바생분도 나랑 동갑이었는데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내심 든든 했다.

 알바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무엇이든지 열심히하려고 노력하였다. 한창 일을 하다보니 땀이 폭포흐르듯 줄줄 흘렀고 그 덕분에 같이 일하는 직원분들이 열심히 한다고 좋은 시각으로 나를 바라봐 주셨다. 알바생은 그냥 알바생일뿐이라고 생각을 해서 알바는 사회생활은 아니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 했지만 하면 할수록 '아, 이게 사회생활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직원분들도 같이 일하는 곳이었기에 직급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고, 하나의 쳬적인 조직처럼 굴러갔다. 분명하게 나누어져있는 직급 속에 알바생은 최하위 직급에 속해 있었고,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은 당연하였다.

 난 스스로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것을 잘 못할 것이다,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게 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있는 나는 나의 생각과 정말 달랐다. 정말 정반대였다. 윗분들에게 샤바샤바(?)를 생각보다 잘했다. 그렇기에 다행히도 대부분의 직원분들이 정말 잘 대해주셨고, 잘 챙겨주셨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알바에만 전념해 있다가 대학교가 개강할 시기가 다가왔다. 신입생이었기에 정말 너무 바빴다. 그래서 알바를 일주일에 한번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쓰기 전에 대학교 개강하면 일주일에 한번 밖에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두어 괜찮을 줄 알고 2주 연속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스케줄을 신청했다. 근데 여기서 사건이 터졌다. 점장님께서 다같이 있는 단톡방에 "주에 한번이면 다른데서 근무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주에 한 번? 상당히 불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셨다. 이 메시지를 보자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개인톡도 아닌 단체톡방에 이런식으로 개인을 저격하는 식을 메시지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남기다니... 물론 나의 잘못도 인정한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말을 했더라도 개강이라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 할 것 같다고 한 번더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의 불찰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에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저격해서 말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정이 떨어졌다. 여기에 더 정떨어지는 일이 생겼다. 점장님의 저 메시지를 보고나서 바로 점장님께 사정을 설명 해드렸고, 갑자기 점장님께서 어느 대학교에 합격했냐고 물어 보셨다. 그래서 나는 있는 그대로 OO대학에 합격했다고 하더니 방금까지의 태도와 180도 다른 태도, 친절하고도 상냥한 태도로 나를 대하셨다. 내가 여기서 이야기한 OO대학교는 누구나 들어도 명문대학교라고 할 수 있는 학교이다. 난 참 씁쓸했다. 그 사람의 대학에 따라 변하는 태도가 나는 묘하게 불편했다. 그냥 지금까지 지켜봤던 행동과 태도로 그 사람을 평가해 주면 안되는 것인가... 도대체 왜 나의 대학때문에 화가 나셨던 점장님은 갑자기 천사가 되신건가... 아직 우리나라는 학벌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구나라는 것을 너무 느껴버렸다.

 


 이렇게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이런 것이 어른들을 잡아 먹는 사회인 것인가... 앞으로 나도 이 거대한 사회에 잡아 먹혀 내가 싫어했던 행동을 하는 그런 어른이 될까봐 두려웠다. '역시 사회생활이란 것은 힘든 일이었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진짜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면 '뭘 그런일 가지고 뭘 그래... 진짜 사회로 나가보면 힘든일 많이 겪을 거야'라고 생각 하실 것 같다. 맞다. 나는 이 알바가 나의 첫 사회생활이었기에 이렇게 작은 일도 나에게는 큰 일처럼 다가왔다. 앞으로 이런일이 쌓이고 무뎌지다 보면 사회에 적응한 어른이 될텐데... 과연 이러한 적응을 성숙이라 볼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어떤 어른이 되야 하는 것인가?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첫 사회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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