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대한 새로운 정의
"완벽하다"라는 문장은 왠지 차갑고 냉정하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냉정하고 차가운 이성이어야 비로소 완벽한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주변에는 "완벽주의자"라 불리는 사람도 꽤 있다. 나 역시 오래전에 가끔, 아주 가끔 듣던 말이다.
꼼꼼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나도 간헐적 완벽주의자에 속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대단한 착각이고 과한 포장이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완벽하고 꼼꼼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 불안에서 오는 결과물이다. 실수하는 것이 두렵고, 다른 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죽기보다 싫고, 혹시나 내실수로 내 탓이 되는 일이 일어날까 겁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늘 긴장하고 조심한다. 그러면 결국 표정이 굳어진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주름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나는"잘 안 웃어서 그래요~~"라고 답하면 농담으로 받아들인다. 사실인데..
나이가 들면서 완벽주의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침에 양치질하려고 치약을 짜는 대신 폼클렌징을 짜고 샴푸 후 린스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완벽이라는 정의를 이렇게 따뜻하게 내릴 수 있음이 놀라웠다. 하루의 계획은 언제나 거창하다.
집을 나설 때 무겁게 이것저것을 들고 나오지만 결국 펴보지도 못하고 돌아올 때가 다반사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하지 않더라도 잠깐이라도 시작했다는 것. 오늘 내가 하려던 일을 시도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완벽이 된다니.. 안심이 된다. 어쩌면 하루를 거르고 그다음 날 완벽하게 모두를 수행하는 것보다 조금씩 매일 실천하는 것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결국 두려움과 불안에서 멀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오늘 완벽하지 못해도 시도했다면 언젠가는 완벽 해질 것이고, 설령 완벽해지지 않더라도 결코 하늘이 두쪽날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보톡스 맞은 얼굴처럼 주름을 숨기지 말고 많이 웃어서 자연스럽게 예쁜 주름을 만들자! 그리고 계획한 일을 조금만 시도해 보자!
그러면 내일 다시 계속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