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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원 Jun 22. 2024

인연, 악연, 결국 모두 인연.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며칠 동안 들었던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사람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관계, 그것보다 낭만적이고 문학적인 말, 인연. 관계보다는 인연이라는 말이 

더 깊게 느껴진다. 그 인연이 틀어지게 되면 절연이 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 악연이 되기도 한다.

며칠 전, 오랫동안 인연이었다가 절연이 되어버린 분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깊은 인연이었다가 멀어지면 의도치 않은 상상을 하게 된다.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에 대해

내 마음대로 단정 지어 생각한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생전에 돌아가신 분을 뵙지 못해 죄송스러웠지만, 다시 되돌린다 해도 그 순간은 나에게 힘든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분은 세상을 떠났지만 남겨진 분들을 뵙는 것도 내겐 큰 도전이었다.

관계란 무엇일까? 인연이란 무엇일까? 바위보다 무겁다가도 먼지보다 한없이 가벼운 것.

생각했던 대로 냉랭한 반응에 놀랍진 않았지만 서글펐다. 어쩌면 내 짐작이 틀리기를 바랐던 걸까?

누구의 잘못은 아니었다. 내 이기적인 선택이었을 뿐. 지금껏 살면서 누군가에게 그렇게 냉정한 눈빛을 받아 본 적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나 역시 그런 눈빛을 보낸 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상처가 되진 않았다. 오기 어린 표정과 원망의 눈빛을 읽으면서  차라리 그 힘으로라도 버텨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힘든 시간들을 버텨왔다. 미움도 원망도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살아내야 한다. 문상을 마치고 등을 돌려 나오는 내 뒷모습에 어떤 마음을 던졌을지 내가 다 알 순 없을 것이다. 내 마음 또한 잘 모르실 테니. 악연이라고 해서 대단히 나쁜 인연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내린 정의는 그렇다. 인연이 멀어지면 결국 절연이 되고 서로에 대해서 감정을 남기지 않는 상태가 되고 그저 모르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악연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결국 악연도 인연의 끝자락이다.

돌이킬 순 없지만 내게 스쳐간, 아니 깊게 자취를 남긴 인연이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나의 선택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나는 최선의 선택이라 믿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다. 세상을 떠나신 분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며 남아계신 분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다.

"저에게 인연이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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