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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지는시간 Jul 02. 2016

이럴줄 알았다

디어마이프렌즈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전혀 슬프지 않은 장면에서도 울었고

너무 슬픈 장면에서는 아이처럼 엉엉소리 내어 울었다


오십이나 육십이나 팔십이나 구십이나

그때까지 산다고 해도

그때까지 못산다고 해도

내나이 오십이 되고 보니

사는것도 죽는것도 행운인것도 아니고 절망인것도 아닌것임을

누구나 다 하루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갈 뿐임을

그 하루가 내 인생의 어느 하루가 아니고

그 하루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됨을 이제는 알겠기에


나는 디마프를 보고 누워서 울고 앉아서 울고 엎드려 울고 있다.


눈물 콧물 닦아낸 휴지를 채 치우기도 전에 애들이 들어오면

너희도 보냐고

너희도 보라고 읊어대지만

얘들은 쇼미더머니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래

너희가

자식을 키워봐서 알겠니?

부모를 여의어봐서 알겠니?

시집살이를 해봐서 알겠니?

인생이 외로워봐서 알겠니?


나는 조용히 휴지더미를 치우고

못마시는 맥주를 홀짝이며

삐~~처리하는 가사가 난무하는 래퍼들을 비켜

조용히 뒷방으로 와 이렇게 디마프를 곱씹는다.


그래도 연하가 완이를 밀어내지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은

연하의 아름다움에 홀렸던지

아니면 오십인 주제에도 길어봐야 3년가는 사랑에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너무나 뻔한 우리들의 흔한 미래를 미리 공감하면 마음이 코팅되어 덜 아프려나?


맥주반캔에 눈꺼풀이 무거워져

장대같은 빗소리도

디마프의 여운도

더 오래 오래

곱씹지 못함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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