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레이디 속 레이더
시아
사정없이 흔들린다. 초점은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혼란하다. 잠시 화장실 변기 앞에 선 남자의 구두에 멈춘다. 느닷없이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선명한 화면이 펼쳐진다. 2022년 5월 10일, 여의도. 대통령 취임식 장면이다. 이제 뷰파인더는 반듯하고 정확하다.
또록또록한 장면은 영화 곳곳에 산발적으로 있을 뿐이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다른 쪽에서 보면, 상대방은 인간말종이다. 상대방 쪽에서 보자면, 다른 편 역시 그러하다. 서로 헐뜯고 물고 싸우는 패턴이 오래 반복되었다. 화해와 상생과 협력을 얘기하면 비웃기만 한다. ‘지금, 어디 그럴 때야? 부딪혀서 싸워야 할 때라고!’라며 언성을 높이기 일쑤다.
이 영화도 그런 전쟁의 도구일까? 알 수는 없지만, 그 점을 한쪽으로 치운 채 이어가려고 한다. 영화는 영부인 김건희에 대한 의혹들을 다루고 있다. 은밀하게 촬영한 ‘마구 흔들리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서울의 소리 기자와 했던 통화, 쥴리 의혹, 학력위조, 논문표절 의혹, 대통령실 용산 이전,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명품백 사건, 무속인을 비롯한 도사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들을 다루고 있다. 적나라한 육성이 나오는 다큐를 보고 있자면, 보이는 것이 있다.
인간이 가진 욕망이 뭉텅이로 보인다. 권세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것. 후광효과로 이익을 누리는 것. 그러면서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불안한 것. 그러니까 앞날을 내다본다는 말에 솔깃해서 그런 이들을 추종하는 것. 잘 먹고 잘살려고 하다 보니, 이리저리 비틀고 둘러치고 메치면서 살아왔던 것. 기회가 왔을 때 해야지 언제 하겠냐며 쇠뿔로 단김에 빼는 것.
이 모든 것에 나약하고, 어리석고, 절제하지 못한 인간을 만난다. 그리고 그런 나를 만난다.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그런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온전히 청렴결백하게 할 수 있을까? 대충 은근슬쩍 눙치고 넘어갔을까? 꼿꼿하게 정도를 지켰을까? 써먹을 수 있는 모든 편법을 다 쓰면서도 들키지 않고 슬쩍 이익을 챙겼을까? 이 모든 유혹을 뿌리칠 의인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영화제작에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틀 전에 영화가 개봉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삶이 추리대로 들이맞는 것은 아니다. 영화 제목이자 주인공인 ‘퍼스트레이디’는 현재 계류 중이다.
2022년 10월 29일에 있었던 이태원 압사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집회를 막아선 경찰을 향해 시민들은 외친다. “경찰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흑백처리를 한 화면에서 유독 목에 두른 목도리만 빨간색이다. 피처럼, 태양처럼 붉다. 인간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날름거리는 야망의 붉은 혓바닥을 향해 외치는 소리를 환영처럼 듣는다. “절제하지 못하는 욕망은 물러가라! 두려움도 물러가라! 무기력도 물러가라!” 레이더에 포착된 신호음처럼, 이 말을 나 자신한테 반복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속 인물처럼 울면서 외친다.
* 호모 룩스(HOMO LUX)는 빛으로서의 인간을 일컫습니다. 라틴어로 인간이라는 ‘호모(HOMO)’와 빛인 ‘룩스(LUX)’가 결합한 단어입니다.
* ‘호모룩스 이야기’는 치유와 결합한 시사와 심리, 예술과 문화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 위 글은 2024년 12월 23일자 <뉴스 아이즈>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