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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우 Jul 05. 2023

벌거벗은 현대인들

스마트폰, 인터넷 그리고 현대인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최장 기간 FED(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역임했던 앨런 그린스펀은 닷컴 버블을 두고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말했습니다. 닷컴 열풍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는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등장한 '뉴데이터테크놀로지'의 모티브가 되었던 '새롬기술'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1999년 8월 공모가 2300원으로 상장된 '새롬기술'은 2000년 3월에 28만 2000원까지 올랐습니다. 버블이 꺼지고 시장은 위축되었지만 시장의 방향성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버블 속에서 살아남은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의 기업들은 현재 IT업계를 이끌어가는 빅테크로 거듭났습니다. 


버블의 붕괴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들 간에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수익 모델에 초점을 두고 탄생한 회사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으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베이'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었고 '구글'은 빠른 검색엔진을 이용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았습니다. 이렇게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들은 각 분야에서 독점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인터넷이 하나의 공간임을 인지하고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영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증가하자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은 점차 늘어났습니다. 쇼핑, 업무, 검색, 채팅, 금융까지 모든 부분에 인터넷을 활용하자 개인들에 대한 데이터는 인터넷 속에 축적되었고 인터넷 속에는 이제 현대인 한 명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이 이런 현상을 앞당겼는데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보다 더 빠르게 사람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 속 개인정보는 편리한 인터넷 이용을 위한 필수적인 정보이지만 정보가 유출될 경우 개인에게 미치는 피해는 막심합니다. 현대인들은 마치 인터넷 속에 벌거벗겨진 것처럼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21세기 현재 개인정보위험을 걱정하면서도 인터넷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생성형 AI Chatgpt의 등장으로 정보 유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Chatgpt가 습득하는 방대한 정보 속에는 개인부터 국가까지 모든 정보가 포함되는데 이처럼 앞으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에 대한 정보는 더욱 손쉽게 유출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두 영화는 현대인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 속에 담긴 개인정보가 얼마큼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1.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2023)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포스터

첫 번째는 올해 2월에 개봉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나미(천우희)가 버스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리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핸드폰을 주운 준영(임시완)은 폰을 해킹하고 그녀의 삶을 모두 파헤칩니다. 준영은 나미의 핸드폰을 해킹하여 그녀의 삶을 망가뜨리기 시작합니다. SNS에 직장 동료들을 헐뜯는 내용을 올리고 카톡의 내용을 관찰하여 그녀를 사칭해 다른 사람들과 카톡을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다니는 회사 사장이 그녀를 아껴 월급을 올려준 것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모조리 망칩니다. 이것이 그녀의 폰을 하나 해킹하여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영화를 단순 픽션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웹캠 해킹부터 스마트폰 해킹 범죄까지 빠른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지 못한 보안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2. 서치 2 (2023)

<서치 2> 포스터

두 번째는 첫 번째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서치 2>입니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카메라 시점이 모두 웹캠, 뉴스, 온라인 채팅, 페이스톡 등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딸이 실종된 엄마를 찾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마의 온라인 매칭 사이트 그리고 구글 위치 추적, 온라인 계좌와 같이 인터넷에 담긴 그녀의 정보들을 찾아가며 엄마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갑니다. 과거 가정폭력과 약물에 의존했던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딸아이에게 전념하며 살았던 가정적인 엄마였지만 그녀에게도 사랑이 필요했습니다. 딸아이는 평소에 알 수 없던 엄마의 마음을 온라인 매칭 어플 속 채팅을 통해 알게 됩니다. 딸아이는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오직 인터넷만을 활용하였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누군가의 위치, 방문 장소를 알 수 있고 검색 기록과 이메일을 통해 개인 사생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인터넷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현대인에게 양날의 검입니다. 점차 발전하는 기술로 생활은 편해지지만 개인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져가는 상황입니다. 최근, 천 명에 달하는 기술 분야 지도자들이 인공지능 개발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서명했습니다. 이는 현재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윤리적, 제도적 측면이 따라가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현재, 발생하는 보안 문제부터 윤리적, 제도 차원의 논의 미흡까지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는 기후 변화를 위해 195개국이 맺은 파리기후변화협약과 같이 전 세계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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