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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반숙란 Mar 29. 2024

승무원이 뽑은 기억나는 승객올림픽

인도편 


비행기는 가까이 보면 커 보이지만, 좌석에 앉아 한참을 여행하다 보면, 그렇게 좁을 수가 없다. 

처음 갔던 길은 어색하고 낯설기에 어렵고 커보이지만, 매일 가다보면 익숙해져 같은 길을 걸어가더라도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는 느낌도 들고 실제로도 그렇다. 승무원이 되어 처음 비행을 갔을때 모든게 낯설고 어려웠지만 10년 넘게 비행을 하다보면 비행기 냄새도 익숙해 지고 승객들도 내 시야에 더 잘들어온다. 

우리는 모두 함께 그 좁은 공간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떨구고 불편하게 주무시는 승객들을 보면 마음이 더 쓰이기도 한다.  국내선 4번이면 하루에도 수백 명의 승객을 만나지만, 다양한 국적, 나이, 성격, 문화까지 함께 뒤 썩이다 보면, 웃지 못할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일들이 생겨난다. 

다양한 국적과 나이 성격 문화를 뛰어넘고 승무원에게는 누구나 기억에 남는 승객들이 있다.

오늘은 인도 승객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베르사체손님 


항공사마다 운영하기 다르지만, 코트룸 서비스를 하는 항공사가 있다.  코트룸 서비스? 쉽게 설명하면 옷을 보관해 주는 서비스이다. 비행기 안에 옷장 같은 개념의 공간에 옷걸이를 이용해 구겨지지 않도록 걸어주고 착륙 전 다시 돌려주는 서비스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휴양지 같은 노선에는 잘 사용되지 않지만 직장인들의 출장이 많은 노선 같은 경우에는 코트 보관을 요청하는 손님들이 정말 많다.


출장 승객이 아주 많은 독일 노선, 승객 탑승이 80프로를 넘어가면서 옷장은 가득 차있고, 더 이상 들어갈 공간도 없고 옷걸이에 겹겹이 걸쳐놓은 코트들로 옷장은 가득 찼다.



한 인도 승객이 불렀다.


2:8  가르마를 타고, 콧수염이 있었다. 이마는 짱구처럼 툭 튀어나왔다.

그는 나에게 코트를 보관해 달라고 했다.

나는 알아보겠다고 하고, 혹시 모를 보관 공간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없었다.


손님에게 오늘은 보관 공간이 더 이상 없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선반 위 (overhead bin)에 보관하는 건 어떠신지 권유를 했다. 그러자 그는 정말 황당하다는 듯 약간의 언성을 높이며 얘기했다. 그리고 입고 있던 재킷을 새처럼 펼치며 상표를 보여줬다. 그리고 나에게 얘기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Excuse me,???????   This is versace~~~"



#2 특별한 여권의 소지자 


영국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인도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영국행 비행도 그랬다. 여기가 인도인지 영국인지? 그는 외모는 인도사람 같았지만, 탑승할 때부터 영국 여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보통 여권을 분실하면 안 되니까 대부분의 승객들은 여권을 잘 보관해 두는 편이고, 손에 쥐고 타더라도 가방에 넣어 놓는데, 특이하게 손님은 탈 때 가지고 탔던 여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그리고 음료 서비스, 밀서비스를 할 때도 여권이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전시하는 듯했다.

그가 영국 여권을 그토록 의식한다는 건, 주변 사람들도 다 느낄 정도였고, 진지하게 자신의 여권을 봐주길 하는 눈치도 느껴졌다. 


그러던 그가 화장실을 가려고 좌석에서 일어나는 듯했다. 그리고 손에는 어김없이 여권이 쥐어져 있었다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 갑자기 나에게 여권을 보여주며  질문했다.



"Is there a lavatory where the British passport holder can be used?"

 영국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나요?



승객들은 정말 진지했다, 눈빛도 표정도 말투도 정말 진지했다. 

이럴 땐 승무원도 난감하다.

그 진지함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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