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을 할 때만큼은 엄청난 상상력이 발휘된다. 해야 할 일을 안 했을 때, 왜 안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변명을 생각할 때면 나는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곤 했다. 변명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결혼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남편은 변명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집은 평화롭게 만들어야 하니까 최선을 다하고는 있다. 문제는 세세한 것을 계속 까먹고 하지 않아서 변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인데, 포스트잇을 여기저기 붙여 놓고 할 건 다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 최근 훌륭한 이야기꾼이 된 일이 있어서 잠깐 얘기가 다른 데로 샜다.
나는 무엇이 두려워서 그렇게 변명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주변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 너무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약점이 많은 내 성격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피곤한 일이었다. 항상 주변을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하다니. 거기다 본인은 문제투성이여서, 이것을 고칠 시간도 부족한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격이 예민해지고 게을러졌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비판을 들어야 한다면, 안 하고 변명이나 하는 게 훨씬 이득처럼 보였다. "숙제 왜 안 했니?" "어제는 이런 일, 저런 일이 생겨서 도저히 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것을 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잠들었어요" 따위와 같은 변명을 자주 했었다. 사실 성인이 되고서도 저런 변명을 몇 번 했다. 돌아보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변명을 할 때의 상상력을 다른데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상력으로 내 약점을 고쳤을 때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변명을 할 시간에 내 약점을 고쳐서 변명할 거리를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제도 누군가에게 머리가 아파서 공부 못하네, 뭐 하네 공부 못하면 언제 공부하냐라는 말을 들었다. 다행인 것은 변명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긍도 부정도 아닌 침묵을 지켰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변명을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비로소 깨달았다. 그건 나에 대한 죄책감이었구나. 이제는 변명하지 않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렇게 개운한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