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곳에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 자아를 발견하는 것.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독서를 하는 이유도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아직 잘 보이지는 않는다. 약간의 단서들을 찾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내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자아를 '찾는다'라는 말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미 자아는 존재하고 있다. 다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추상적으로라도 인지는 하고 있다. 그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 많은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본질적인 것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글을 쓰는 이유는 하루 종일 바빴던 탓도 있지만, 중간중간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어서 생각을 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긴 것과는 관계없이 답은 나오지 않았다. 보통 생각을 하면 어느 정도의 답이 나오는데, 오늘만큼 답답한 날이 없었다.
여유가 없던 김에 오래전에 읽었던, 그리고 내용을 어느 정도 잊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독서에 관련한 책이었지만, 나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재미가 있는 일에 대한 목록을 다시 한번 작성해 보았다. 옛날부터 좋아하던 축구부터 최근에 좋아하게 된 글쓰기까지 흥미로운 것들이 종이 위에 가득 적혔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등 다른 목록도 적어보니 비로소 내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알게 되었다. 예전에 썼던 글도 다시 찾아보았다. 나는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그나마 그럴듯한 답이 나왔다.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가끔씩이지만 고뇌와 환희가 교차하는 그 순간을 맞이할 때면 다시금 열정이 생긴다. 얼마나 걸리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정체성, 자아를 발견하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혹시나 찾아올 그때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