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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거니 Feb 20. 2023

고통과 성취

가끔 수험생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르곤 한다. 참으로 고통스러웠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사람들에게는 말하곤 하지만, 어찌 보면 가장 그리워하던 시절이기도 하다. 살면서 자발적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했던 시기는 그때 이외에는 없다. 군대에 가서 강제적으로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 이외에는 삶에 대해 처절하게 살아본 적이 없다.


그때는 정말 처절했다.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가족끼리 분담했던 집안일에서 빠졌다는 것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졸린 상태로 책상에 앉아 영어 단어를 몇백 개씩 읽고, 문제를 풀었으며 하루에 강의는 한 시간짜리를 기준으로 10개 이상을 들었다. 2배속으로 들어서 그나마 덜 지루했지만 힘은 들었다. 그 이외에도 항상 내 시험과 관련된 정보를 습득해야 했으며, 경쟁 상대는 몇이나 될까에 괴로워했다.


결국 그러한 고통 속에서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남들이 일주일에 하루 휴식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아니었다. 나는 수험 기간 동안 아팠던 날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휴일을 가진 적이 없었다. 고통이 어느 정도 임계점을 지났을 때, 약간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하루 마지막에 그 고통은 쾌락으로 다가오곤 했다. 그 쾌락에 중독이 되었다. 그 쾌락을 포기할 수 없어서 휴일을 가지지 않았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 느낌을 항상 나만 느끼고 싶었다.


결과가 발표되는 날, 오후 5시에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정문을 지나고 있었다. 친척 형과 함께 투표를 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나는 길거리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 세상에는 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는구나! 나는 이루어냈다! 그날만큼 자신감에 차 있고, 나 자신을 사랑한 날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나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시련과 위기는 피해 가는 게 좋지만, 고통은 피해 가면 안 된다. 무엇을 이루려고 한다면 그에 따른 고통이 반드시 동행한다.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편안함과 가까워질수록 나의 꿈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어떤 고통을 지고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변에 말하면 대부분은 너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많다, 너는 행복한 거다, 너 정도면 정말 괜찮은 거다 따위의 말들만 한다. 너는 지금도 괜찮다고 위로하려는 의도임은 어느 정도 알지만, 나는 나를 성장시키는 고통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그러한 강렬한 열망 때문에, 과거에 매달리는 게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그리워하고 있다. 인위적인 고통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과거에 쌓아온 것에 대해 만족하면서, 앞으로 내 잠재력을 실현하고, 그것을 과거로 바꾸어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그리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미래에 나는 어떤 것을 성취하게 될까? 그것은 현재 느끼는 고통에 비례한 결과의 산물이기 때문에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매우 크리라는 믿음이 있다. 나는 모든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과거의 경험은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를 머리로 느끼는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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