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그렇다고 하루에 몇 권의 책을 다 읽어내리진 않는다. 보통 3종류로 구분을 하는데 첫째는 오늘 다 읽어야 할 책, 둘째는 하루에 볼 양을 정해놓고 보는 책, 셋째는 하루 한 페이지씩 보는 책으로 구분한다. 그 이외에 조금 추가하면 가끔 제목을 보고 끌리는 책을 잠깐 읽는 것 정도일까.
각각의 분류를 한 이유는 한 가지 책이 끝날 때까지 읽는 것이 지겨워서이다. 그리고 더 많은 책을 읽어내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한 가지 책이 다 끝날 때까지 좀처럼 기다리기가 힘들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 서재에는 열 장, 스무 장, 심지어는 한두 장 읽다가 만 책이 수두룩하다. 나중에 다시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조금 생기긴 하지만, 이것의 장점은 언제든 편안하게 다시 그 책을 펼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읽어봤으니 맨 처음 그 책을 접하는 부담감은 조금 줄어든다.
하루에 볼 양을 정해놓고 보는 책은 너무 두꺼워서 한 번에 엄두가 안 나는 책을 볼 때 사용하고, 한 페이지씩 보는 책은 철학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어서 단번에 읽기가 아까워서 아껴서 읽는다. 그리고 책 자체가 '데일리' 혹은 '365일 읽는'이 제목에 들어가는 책이기에 굳이 욕심을 내서 읽을 필요가 없다.
어제 읽은 《책 읽는 삶》을 보고 이 독서 루틴에 문학을 넣어볼까도 고민 중이긴 하다. 아마 양을 정해놓고 읽어야 될 텐데, 과연 재밌는 문학책을 두고도 그렇게 참을 수 있을까. 예전에 삼국지를 읽었을 때의 나를 생각해 보면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몇백 번도 읽었을 삼국지는 언제 봐도 재밌어서 펼치면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그런 책이 나타날까 봐 겁 아닌 겁을 먹고 있다. 내 독서 방법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니 나도 참 재미있는 독서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이런 독서 방법도 있다고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깊이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