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같은, 그리고 한정된 자원
어제, 오늘 몸이 아프고 나니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늘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 하는데 시간을 보내다가 계속 침대에 누워 있으니 좀이 쑤셔 죽을뻔했다. 지금도 상태가 크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이 됐다. 내 시간을 내가 활용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오니 이것만큼 안 좋은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는 시간이 무한정한 것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엄청나게 남아 있었고, 크게 시간이 부족할 만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시간이 없다고 느낄 때는 PC방에 충전해놓은 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뿐이지 않을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 군대에 갔을 때는 이런 시간은 그냥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참으로 멍청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 그곳에서의 시간을 활용하고자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수십 번 읽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결국은 시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시간이 엄청 없어 보였다. 빨리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떤 걸 준비하는 데는 이만큼의 시간이 걸리고, 저거는 이만큼 걸리고. 항상 시간의 압박 속에 살았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어떠한 시험으로 도피를 하고, 거기서 시간을 벌고 결국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직장에서의 내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휴직을 했다. 아픔을 많이 겪은 것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단순히 나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컸던 것 같다.
시간을 여유롭게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현재에 이르렀지만,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특히 오늘 같이 아픈 날이나, 다른 사람이 나의 시간에 껴있을 때와 같은 경우이다. 시간을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강박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을 느슨히 놓고 오늘은 쉬어야지 해도 또 그것이 잘 안된다. 가끔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곤 하는데, 그 생각의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그래서 아내의 만류에도 지금 글을 쓰고 있다. 내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그리고 누구에게나 주어진 같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내 시간'에 힘을 쏟기 위해. 하루 24시간. 그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최근 많이 하게 된다. 과연 나는 시간을 잘 활용을 하고 있는가? 초등학교 시절 그렸던 '하루 계획표'가 생각난다. 24시간을 1시간 단위로 나눠서 하루 계획표를 만들 때는 항상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그 추억을 직접 경험해 봐야겠다. 그때와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겠지만, 한 번쯤은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재밌는 체험이 될 것 같다. 가끔은 여유로운 시간도 보내야 하는데, 몸이 안 좋은 김에 내 시간을 나를 위해 한번 써봐야겠다. 그렇게 되면 내일은 더 바빠지겠지만, 이것도 어찌 보면 내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