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반성
오늘 저녁은 모처럼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좋을 만큼 선선한 바람이 좋습니다.
지난 주말 내내 갑갑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청결에 대하여 강박관념 까지는 아니지만, 5 일 동안 머리를 감지 못하여 답답하다 못해 미칠 것 같았습니다.
평소 혼자 있다 보니 도끼질이나 삽질은 무척 신중하게 합니다.
지난주 뽕나무 가지가 너무 길어서 긴 톱으로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나뭇가지가
뚝뚝 소리를 내더니 부러지는데 나름 잽싸게 피했지만 살짝 머리에 스쳤습니다.
거울을 보니 약 3 cm 찢어졌더군요.
일단 소독약부터 바르고 병원을 가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결론은 큰 고장(?)도 아닌데.. 하면서 약만 바르고 잤습니다.
밤 새 쑤시는 머리통증 때문에 잠을 설칠 정도로..
저는 제 몸 조치에 대하여 무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스로 위로나 격려는 못해 줄 망정 이렇게 멍청하게 반성이나 하고 있으니..
어찌 되었던 나와 일생을 함께 뒹굴며 살아온 육체에 대하여 이건 예의가 아닙니다.
자신의 몸에 대하여 이리도 무심한 나는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치료법이 좀 험하더라도 감수해야 하는데 의사의 꿰매는 모습을 상상해서 그런 것일까요?
겁쟁이.. 맞습니다.
나의 육체는 그동안 나에 대하여 아주 성실했습니다.
큰 고장이 난 적이 없고.. 이 점 내 육체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 경박한 행동에 내 육체는 주인에게 화가 났을 겁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노화와 고장이 찾아오겠지만..
그건 숙명이며 못 말리는 것이지만..
이런 내 경박한 행동으로 다친 머리는 그 당시 제대로 된 치료를 당연히 받았어야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눈을 감고 내 육체에게 몇 마디 당부를 했습니다.
살아 쉼 쉬는 동안 만이라도 내 무심함에 노하지 말라고...
아프면 나만... 서러운 나이라는 걸 아직도 철부지 개구쟁이처럼 모르기 때문에..
..
복돌이 녀석과 산책을 하는데 마을 어르신분들 벌써 배추 모종 작업을 하시더군요.
가을이 오기는 오나 봅니다.
화목난로 연통도 청소를 해야 하고 장작 준비도 할 시기가 다가오는군요.
추석이 지나면 한동안 소원했던 친구들을 초청해서 전어 구이 파티를 하려고 합니다.
먼 곳에 산다는 핑계로 모임에 불참했던 제 게으름에 대한 사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