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께살기연구소 Nov 07. 2023

'사회적인 것’의 존재론적 특징

인간본성으로서의 사회적인 것과 그 발현체로서의 사회

2. 인간본성으로서의 사회적인 것과 그 발현체로서의 사회


2-1. ‘사회적인 것’의 존재론적 특징


사회적인 것으로서의 실재적 구성요소

앞서 나는 사회의 구성요소로서 실재적 요소를 기술했다. 사실 이 실재적 구성요소가 다른 측면에서는 ‘사회적인 것’을 구성한다. 이 실재적 구성요소들은 주로 원리들이다. 따라서 ‘사회적인 것’이란 바로 이 원리들의 합이다. 이 원리들은 비판적 실재론에서 말하는 실재적인 것(the real)의 속성을 갖는 것으로 현상적인 것들을 밑에서 그것들을 그것이게 만드는 원리들이다.


‘사회적인 것’을 구체적인 대상물, 직접적으로 감각기관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회적인 것’이란 개념 자체를 구성할 수 없게 된다. 구체적인 제도, 행태, 생각들 등은 언제나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공간상으로도 한정적인 장소에서만 존재한다. ‘사회적인 것’은 통역사적이면서 보편적인 것이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점은 라투르가 명확히 읽어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이라는 용어가 ‘나무로 된’, ‘강철의’, ‘생물학적인’, ‘경제적인’, ‘정신적인’, ‘조직의, 조직과 관련된’, 또는 ‘언어적인’ 등과 같은 용어들과 거칠게라도 비교할 수 있었다는 것처럼, 이 ‘사회적’이라는 용어가 구체적인 구성요소(특히 모여있는 것의 재료적 요소)를 의미하기 시작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좀 더 구체적인 것을 지칭하게 되는 이 시점에서, ‘사회적’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분해된다. 왜냐하면, 이 용어는 이제 완전히 다른 2가지의 대상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모이는 과정 동안에 일어나는 활동들, 움직임들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구성요소들과는 다르다고 가정되는 특정한 유형의 성분이다[해당 모임체가 다른 모임체들과 구별될 수 있는 특성을 보여주는 구성요소들 또는 그러한 구성요소들의 특성들].”


“내가 현재 이 작업에서 하고 싶은 것은 왜 ‘사회적인 것(the social)’이 일종의 재료적 성분이나 영역으로 이해될 수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들에 대한 어떤 다른 상태에 대한 ‘사회적 설명’을 제공하려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비록 이 초기 프로젝트가 생산적이었고 아마도 과거에는 필요했을 지라도, 이 프로젝트들은 사회과학의 성공 덕분에 광범위하게 중단되었다. 그것들의 현재의 발전단계에서, 사회적 영역의 구성에 들어가 있는 정확한 성분들을 검사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라투르는 ‘사회적인 것을 ‘연계(connection)’로 보고 ‘상호작용’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사회과학자들이 어떤 현상에 형용사 '사회적'을 추가할 때, 그들은 ‘사회적’이라는 용어가 담고 있는 핵심적 의미, 즉 어떤 다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될 수 있는 연계들(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는 매듭)의 묶음이란 의미 때문이다. 이미 모여있는 것(what is assembled)의 본성(성격)에 대한 불필요한 가정을 설정함이 없이, ‘사회적’이란 용어가 그 이미 모여있는 것을 지칭하는 한, 이러한 용어사용법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이라는 용어의 원래의 의미로 돌아감으로써 그리고 그 용어가 다시금 연결들(connections)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용어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과학의 전통적 목표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며 도구들은 작업에 보다 더 잘 들어맞게 될 것이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모임체들(assemblages)’에 대한 광범위한 작업들을 수행한 후, 나는 사회(society)라는 우산 아래에서 ‘모여진 것들(assemblages)’의 정확한 내용들을 보다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내게는 ‘함께하는 삶의 과학(science of the living together)’이라는 사회학의 오랜 의무들에 충실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여겨진다."


 => 요소와 요소들 사이의 연결, 모임체의 구성요소들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인 것’이라는 것은 그 연결의 속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결국, 상호성 또는 상호적 관계(상호의존, 상호침투, 상호규정)이 핵심이다. 이로부터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결과들, 결과에 대한 책임이 외부에 존재함, 책임의 실현은 결국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지는 것, 책임을 짐에 있어서의 형평성 고려, 사회 형성의 필연성 및 본래성 등을 엮는 것으로 이론화가 가능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형성∙유지∙적응시킨다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표현은 인간의 ‘사회적인 것’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문구는 사회의 형성 자체는 필연적이며, 제도와 실천 등의 사회적 구성과정도 필연적이다는 것을 함축한다


인간은 욕망하고 욕구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욕망하고 욕구한다

개인은 태생적으로 결핍적 존재이다

- 인간들이 모임체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사람들이 혼자서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자연적으로 타인들과 모임체를 형성해 살아가는 존재인 것은 아닐까? 요컨대, 인간은 본성으로서 인간모임체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본성의 하나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 본성을 좀 더 분석해 보면 보다 손에 잡히는 요소를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최소한 2가지가 있다고 여겨진다. 하나는 인간은 애초에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인간은 온전히 자기충족적인 존재가 아니다. 일단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하고 에너지원을 흡수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자기완결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자원을 흡수하는 존재이다. 이는 그 자체가 불완전성을 의미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다양한 욕구들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필요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욕구들은 사람이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외부로부터 자원이 들어와야만 충족된다. 즉 외부에 의존적인 존재이다. 애초에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인 것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위험(욕구의 미충족 상태)에 노출된다

인간에게 있어서 욕구/필요가 충족된 상태가 행복이다

(0의 행복:결핍을 없애주는 것, +행복:자아실현 등 결핍 충족에서 한단계 나아가 보다 더 더해지는 것)

인간은 태생적으로 상호적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상호적 관계와 관계망

- 두 번째 요소는 불완전성에서 유래하는 상호적 관계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타인에 의존적이다. 태어나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부터가 부모라는 타인에 의존한다. 욕구와 필요의 충족도 타인에 의존한다. 이러한 의존성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애초에 상호적으로 의존하는 존재로 태어난다. 

사실, 관계는 인간에게만 부과되는 원리가 아니다. 이는 모든 생명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이다. 하물며 생명체가 아니라 무생물에게도 적용된다. 원소들은 서로의 연결되는 배열구조에 따라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달리한다. 즉 우리가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물체들은 바로 원소들의 배열이 어떻게 되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외형을 갖는 것이다. 수소와 산소는 각각 그것 자체로 존재한다. 그런대 수소 2개와 산소 1개가 만나면 물이 된다. 즉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외형적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다

실재적 구성요소 중에 구성원들이 개별화되었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사회라는 개념은 전체의 일부이기 이전에 이미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인간이다.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하여 전체로 나간다는 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바로 이점이 기존의 communitas나 universitas, civitas 등 인간이 모여서 전체를 이룬 대상물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아닌 society가 선택된 이유이다. 


인간의 상호적 관계는 관계적 권력을 만들어낸다

-  관계적 권력의 실질적 발현의 내용들. 그 중에서도 푸코의 규율권력(프랑스의 사회학자 푸코(Michel Foucault)는 인간관계 속에 존재하며 지식을 생산하는 권력, 더 나아가 인간 자체를 만들어내는 현대사회의 권력을 ‘규율권력’이라고 불렀다. 규율은 보통 학교, 공장, 감옥, 수도원, 군대의 조직 등을 통해 확산되는데, 절대왕정 시대의 권력처럼 단순히 개인을 억압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사회에 유용한 자원으로 빚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사회의 구성원들은 상호적 관계로 엮여 있는데, 현실에서 자원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원을 이용하여 권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그 권력의 행사는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결국에는 다른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내는 것을 일종의 규율권력으로 볼 수 있다. 규율권력이 국가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강화될 수도 있다. 지배계층이 국가를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상호소통하는 존재이다

: 인간은 상호작용한다: 상호작용과 망

상호작용은 상호의존의 틀을 넘어서 발생하는 타인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포함한다. 상호적 관계에 처하지 않은 타인에 대해, 인간은 언제나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 정복국가들이 인적, 물리적 자원을 침탈하기 위해 자행한 전쟁이나 침략 행위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상호적 관계에 포함한 ‘상호침투’와 ‘상하규정’도 일종의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상호작용은 현상의 층위에서 나타나는 행위들을 지칭하는 것이고, ‘상호침투’와 ‘상호규정’은 원리의 층위에 나타나는 것이므로 서로 동일한 것으로 다룰 수 없다. 그러나 ‘상호침투’와 ‘상호규정’도 결국에는 제도, 관행, 실천 등을 통해 발현하는 것이므로 이 발현된 것들은 상호작용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이하는 인간과 사회에 관해 생각해 본 몇 가지 명제들이다.


인간은 이공적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상부상조한다 : 죄수의 딜레마 활용

인간은 필연적으로 연대한다(homo solidaricus)

인간은 욕구/필요의 충족과 위험의 해소를 분산원리에 의거해 처리한다

‘사회적인 것’의 발현 결과가 사회이다

인간은 자급자족의 지리적 관할권을 태생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형성한다

사회적인 것(인간원리들)은 구체적 대상을 통해 발현된다

‘사회적인 것’은 자신을 발현하는 구체적 대상을 내면화하는 사회화를 통해 내면화된다

사회적인 것은 내면화되어 ‘구조화시키는 구조’의 역할을 한다

현실에서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원인 중에는 항상 사회적 요인이 작동한다

사회적 요인에 대한 책임은 연대적으로 공동 부담한다. 공동부담의 체계가 사회의 주요 형성 및 운영 요소 중 하나이다

인간은 특정의 대상들을 필연적으로 서로 공유하는 존재이다

공유부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며, 자연적인 공유부와 만들어진 공유부(역사, 제도, 문화, 조세)기 있다

공유부는 일반이익의 실현을 위해 사용되며, 각각의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한다

상부상조는 합리적이다

위험의 분산은 합리적이다

사회적 요인에 대한 책임은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감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회적인 것(사회성에 포함된 인간원리들)은 현실적 실체를 통한 발현을 포함하며, 원리적인 요소와 현상적인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계열을 이룬다


2-2. 원리와 원리의 발현 그리고 발현의 수단들


2-3. 원리로서의 ‘사회적인 것’과 발현 수단이자 결과로서의 사회


2-4. 현실은 ‘사회적인 것’과 ‘비사회적인 것’의 지속적인 투쟁이다


2-5. 우리나라는 ‘비사회적인 것’에 의해 경도된 사회이다


social이라는 형용사는 16세기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칭했다(Poovey, 2002: 45-6).


한편, ‘사회적인 것’이라는 불어 표현인 ‘le social’이라는 말은 프랑스의 경우에는 20세기 이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11) 이론이나 사상의 영역에서 이 용어의 본격적 사용은 아렌트(아렌트, 1996; 아렌트, 2004)와 동즐로 등에 의해(Donzelot, 1977; Donzelot, 1994) 선구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이전에는 듀이, 짐멜, 메를로-퐁티가 ‘사회적인 것(the social, le social)’ 이라는 용어를 간헐적으로 사용한 바 있다(Simmel, 1896: 167; Dewey, 1928; 메를로-퐁티, 2002: 542-8). 헤일우드(Michael Halewood)에 의하면 뒤르케임은 ‘le social’ 이라는 용어를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들” 에서 단 한 차례 사용한다(Durkheim, 2008: 627; Halewood, 2014: 17). 또한 20세기 후반 이래 위기에 봉착한 사회이론의 재구성의 맥락에서 ‘the social’

이라는 용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Latour, 2007; Pyyhtinen, 2010; Fischbach, 2015; Candea (ed.), 2010). 

       

(11) Jean Terrier, Visions of the Social. Society as a Political Project in France, 1750-1950, xxx.



매거진의 이전글 사회의 다양한 유형: 사회 안의 사회, 시민사회, 국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