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늪에서 갈 곳을 잃은 동공들.
의문이 든다.
‘나는 왜 타인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고 있을까?’
문득 내 두 동공의 초점이 어디를 향하고 싶은지 또렷하게 확인해보고 싶었다.
현재로서 제일 확실한 연습 방법은 누군가의 각 두 눈알을 동시에 바라보는 것이다.
1차 시도.
'이 눈알은 두 개잖아 도대체 각각의 동공은 어디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거지?'라는
거대한 생각의 늪에 빠져버린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상대의 오른쪽 눈알은 내 오른쪽 눈알로,
상대의 왼쪽 눈알은 내 왼쪽 눈알로
각각의 눈알을 동시에 봐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을 하고 있으면 멀미가 나는 지경까지 온다.
시도해 봐도 좋다.
2차시도.
나 : "넌 지금 어디를 보고 있어?"라고 되물었다.
친구 : "별생각 없이 너 보는데?"라는 답에
나 : "그럼 내가 첫 번째 시도를 실패했으니까 내 양쪽 동공으로 너의 한쪽 눈을 볼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말해줘"
(왠지 내 두 눈알의 에너지를 상대방도 느낄 것 같은 느낌에 내가 다 불편했다.)
친구 : "평상시처럼 보는 것 같은데?"
나 : "아 좀 이상한데.. 그럼 네가 두 눈으로 내 한쪽 눈을 쳐다봐봐 자연스러우면 이제 이 방법을 써야겠다."
친구의 눈알을 보니 두 눈이 내 한쪽 눈알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3차시도.
친구 - "정 힘들면 상대방 미간을 쳐다봐봐"
나 - "알겠어해 볼게"
친구 - "... "
나 - "누가 봐도 네 미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친구 - "그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타인의 눈을 피하고 싶지 않아 연습했던 날들에서부터
생각을 멈췄다고 조차 생각하지 못했을 때
그제야 비로소 누군가의 눈을 마주치고 있었고,
또 생각을 멈췄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