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고통 속에 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 삶이 분명 목적지 없이 아무렇게나 흘러가고 있고, 그것을 인지한 나는 헤어 나오기 힘든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번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어여쁜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또 그 아이들로부터 큰 사랑의 표현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언제나 지지해 주는 부모님이 아직까지 건강하게 버텨주시고,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자가 있어도 말이다. 남들이 보면 감사할 일들로 넘치는, 겉은 번지르르한 삶을 살고 있어도, 그 속은 뭉개지고 짓밟히고 자괴감과 자기 효능감을 잃어버린 무능력함으로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서른 후반이 되어 알아가고 있다. 인생은 내 뜻대로 절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흘러가고 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의 고통을 이겨 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첫 번째, 청소하기.
내가 괴로워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숨만 쉬워도 괴로울 때, 그 순간 도움이 되는 것은 깨끗한 집을 만들고 그 속에서 쉬는 것이다. 갑자기 뭐에 홀린 사람처럼 정신없이 집정리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 것은 분명 효과가 있다. 내가 괴로운 순간 더러운 집을 보면, 꼭 그 지저분하고 난장판인 집구석이 내 삶이구나 눈으로 확인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괴로움과 게으름을 이겨내고 고통이 느껴지는 그 순간에 아무 생각 없이 집을 정리한다. 평소에 버릴까 말까 고민하던 것들을 그냥 과감히 버리고, 자주 쓰는 것들은 손에 닿게 좋은 곳으로 정리 정돈하고. 하다 보면 아주 미세하게 스트레스가 풀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깨끗하게 청소가 된 집을 보면 그제야 내가 온전히 힐링을 시작할 수 있다.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거나, 괴로움을 호소할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 하더라도 깨끗해진 집에서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와 외부에 대한 경멸도 조금은 사그라든다.
두 번째. 다이어트.
무조건 굶는 건 체력이 안되고, 16시간 굶고 8시간 먹는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다. 일단 너무 괴로운 순간에는 식욕이 사라지고 깊은 잠 속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 지는데 그 시기에 그냥 다이어트를 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괴롭다고 해서 마음 것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애들이 깨어 자기 전까지는 아이들에게 괜찮은 척을 해야 하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하고, 아이들이 잠 들고나면 밀린 집안일을 하기 바쁘니까. 뭔가를 느끼고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래도 이때 평소 못하던 다이어트를 한다. 단언컨대 내가 괴로운 순간에 와인에 빠져서 술의 힘을 빌려 매일 밤 와인을 마시고 안주를 먹고 살이 찐 경험이 있는데, 이 기분은 최악이었고, 그러느니 다이어트가 더 도움이 된다. 짧은 그 순간에만 고통 속에서 벗어났던 것뿐, 눈뜨면 부어있고 꽉 끼는 옷 때문에 삶이 나에게 준 괴로움에 이젠 자기 모습까지도 혐오하게 되니,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적게 먹는 것을 선택하라 말하고 싶다. 괴로운 순간 나 자신을 스스로 통제 한 뒤에 내려간 몸무게는 나에게 ‘봐봐. 넌 이 순간게도 너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잖아. 넌 살아 있잖아. 너는 무엇이든 해 낼 수 있어.’라는 마음이 든다. 옷이 헐렁해지거나, 핏이 예뻐지고, 얼굴 윤곽이 드러나면, 괴로움과 우울감에서 빠져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두 가지 다 해본 결과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며 자기 자신을 한탄하는 것보다 마음을 조금 독하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괴로움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는 더 빠른 길이다.
세 번째, 독서.
삶이 어떤 벼랑 끝에 서있다는 생각이 들 때 분명 나보다 현명한, 이 길을 가본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는 그런 조언을 구할 선배들이나 어른들이 많았는데, 나이 사십을 앞두고 보니, 이제 내가 겪고 있는 이 삶의 고민이라는 게 전혀 가볍지 않고, 또 내 주변 모두의 인생이 다 다르게 풀려나가고 있기 때문에, 고민을 이야기한다 한들, 딱히 좋은 답을 내려줄 사람은 이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해서 해결될 수 있는 정도의 고민이라면 무엇이 그리 고통스럽겠는가. 아무도 나를 불행이라는 감정 통에서 꺼내줄 수 없다. 나 자신만이 공부하고 힘을 길러 스스로 그곳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길러 이 고통스러움에서 나올 수 있도록 통쾌한 조언과 해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를 통함이다. 나는 괴로울 때 책을 미친 사람처럼 읽는다. 철학자의 책, 정신과 전문의들의 책, 종교에 관련된 책, 자기 계발에 관한 책, 요즘 트렌드에 관한 책, 베스트셀러 소설 가리지 않고 그 순간 꽂히는 책을 읽어 내려간다. 내 감정이 요동치는 만큼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머리기 정화되고 있다고 느껴지고, 그때, ‘아 방법이 있겠구나. 내가 변해야겠구나. 나보다 더 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도 이렇게 삶을 이겨내고 있구나.’ 라며 희망의 줄기를 찾게 된다.
너무 괴로울 때 내가 하는 이 세 가지를 하다 보면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음악 듣기나, 운동, 커피 마시기 등의 방법들은 이 세 가지를 하고 난 뒤 고통 속에서 조금 나왔을 때 더 도움이 되었다. 막상 우울감과 자괴감이 나를 짓누를 때는 그러한 작은 힐링을 해나갈 여유가 없기 때문에 먼저 영적인 나를 그 지옥통에서 꺼내야 할 때, 이 세 가지를 꼭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