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언젠가 멍 한번 제대로 때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기억이 잘 안 난다 멍 때린다는 기분 30대가 되어 하루에도 많은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 하나에 집중을 못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는 멍이라도 때려보고 싶었다.
그저 놀기 바빴던 없던 20대엔 나도 모르게 빨려가듯 무의식 어딘가에 자주 다녀오곤 했는데 마침 오늘 오랜만에 그런 경험을 했다
꼼짝없으니까 되더라
오늘 나는 초상화를 그렸다 화가가 내 얼굴을 관찰하려 스케치북 옆으로 중간중간 나를 보고 치켜뜨기에 내 시선은 꼼짝없이 어느 한 곳을 쳐다보게 되었다. 오.! 그러니 되더라 나는 정말 오랜만에 멍을 때렸다 기이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었다 그러다 생각에 잠겼다
살면서 아무 표정 없는, 무표정의 내 얼굴을
누군가 계속 바라봐 준 적이 있는가?
뭐지? 이 이상한 기분은?
얼굴로 느껴지는 나의 꾹 다문 입술 처진 입꼬리
아무런 표정으로도 감춰지지 않은 내 진짜얼굴로 앞의 있는 화가에게 속마음을 다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울컥했다..
어느 순간 화가의 눈빛은 더 이상 예리하지도 관찰도 아니었다.
애들을 챙기고 있던 와이프는 어느새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만약 아내가 조금이라도 내 맘을 알아본 표정이었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졌을 것이다.
화가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