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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X ENGLISH May 16. 2023

중국어가 어려운 이유

음의 높낮이로 의미가 달라진다고?

글로벌 사회가 도래하면서 영어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취미나 특기로 가볍게 시작했던 제2외국어 공부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고 그만둔 경험이 다들 한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어는 제2외국어로 인기가 아주 많은 언어인데요, 중국어에는 한국어 언어 체계에 존재하지 않는 ‘성조(tone)’가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는 합니다. 오늘은 중국어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언어학적인 관점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결정하는 요소는 음소와 성조입니다. 음소(phoneme)는 언어 사용자가 인식하는 소리의 최소 단위를 의미하고, 언어의 소리 체계 내에서 다른 소리와 구별되어 대립적인 기능을 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감/과 /담/이라는 소리는 초성은 /ㄱ/과 /ㄷ/만 다른데,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됩니다. 그러므로 /ㄱ/과 /ㄷ/은 구분되는 음소인 것이죠.


출처) 현서쌤 블로그


한편 성조(tone) 역시 음소처럼 단어의 의미를 결정하는 요소가 됩니다. 성조란 소리의 음절(音節)에 해당하는 음성연쇄에서 소리의 높이 변동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서 /má/, /mà/ 는 1성(á, 올라가는 소리)과 4성(à, 내려가는 소리)을 사용하여 음소는 같지만 음의 높낮이가 달라 서로 다른 단어가 됩니다. 그러니까 중국어에서 ‘올라가는 소리’와 ‘내려가는 소리’는 구분되는 성조인 것이죠.


출처) 이지톡 교재


이처럼 성조가 단어의 의미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성조 언어(tonal language)로는 중국어(4성)와 베트남어(6성)가 있습니다. 성조 언어에서는 성조가 단어의 의미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발음을 구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조의 미세한 차이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네소타 대학의 Luodi Yu와 그의 연구팀은 성조 언어 모국어 화자와 비성조 언어 모국어 화자의 두뇌 발달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성조 언어 모국어 화자인 중국어 사용자 17명과 성조 언어를 배운 적이 없는 비성조 언어 모국어 화자인 영어 사용자 19명을 대상으로 발음은 같지만 성조가 다른 두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때 들려준 두 소리는 음성학적으로 가장 대비가 뚜렷한 2성과 3성이었습니다.


뇌전도 검사(EEG,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간단하고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검사)를 통해 실험 대상자들의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중국어 사용자 집단이 영어 사용자 집단에 비해 강한 FFR(frequency following response)을 보였습니다. FFR은 청각 자극에 의해 생성된 전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성조를 구분하는 능력이 중국어 사용자 집단에서는 뇌의 활동으로 관찰 가능하지만 영어 사용자 집단에서는 관찰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Native Language Neural Commitment 현상의 증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아이에게 노출되는 모국어가 아이의 피질하 영역을 해당 언어에 맞게 변형시키고, 이러한 두뇌 세포의 변형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최소 돌 전후, 두뇌 발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에 외국어를 노출시켜주면 그 언어를 배우기 쉽고, 배우기 적합한 상태의 두뇌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이 중국어 성조 구분을 어려워 하는 것은 어릴 때 성조가 존재하는 언어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 많은 노력을 통해 중국어 성조를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뇌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미리 중국어에 노출될 경우 자연스럽게 성조를 구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두뇌가 발달하여 중국어를 훨씬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죠.



참고문헌

Testing Native Language Neural Commitment at the Brainstem Level: A Cross-linguistic Investigation of the Association Between Frequency-following Response and Speech Perception - ScienceDirect, 12 Dec. 2017, https://doi.org/10.1016/j.neuropsychologia.2017.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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