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X ENGLISH Jul 25. 2023

언어 능력은 태어난 순서에 달려있다?

둘째가 첫째보다 못하다, 정말일까요?

아이가 둘 이상인 가정이라면, 아이들의 발달 속도를 본인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기 마련이죠. 한 명이 다른 형제자매에 비해 발달이 느린 것 같다면 여러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둘째, 셋째의 언어 발달 속도가 첫째보다 느리다는 오해를 하시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언어 능력은 태어난 순서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태어난 순서와 언어 능력의 잘못된 상관관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둘째, 셋째가 첫째보다 첫 단어를 늦게 말한다?


부모님들의 오해가 시작되는 계기는 보통 이렇습니다. 둘째, 셋째가 첫째보다 첫 단어를 말하는 시기가 늦어지니, 언어 발달 속도에 차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태어난 순서에 따른 언어 발달 속도의 유의미한 차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첫째와 둘째의 발달 속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해도, 이것은 태어난 순서 때문이 아니라 각 아이들마다 서로 다른 발달 속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Bornstein과 그 연구팀에 따르면, 태어난 순서에 관계 없이 아이들은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단어 사전 크기(vocabulary size)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어 사전 크기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즉, 태어난 순서와 무관하게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양의 단어를 알고 있다는 것이죠.



한편, Berglund와 그 연구팀은 태어난 순서에 따라 언어 발달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시기가 약간 다른 경우도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예를 들어, 단어 50개를 알게 되는 시기는 첫째가 둘째보다 조금 빠른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둘째의 발달 속도가 금방 첫째를 따라잡고, 그 이후의 마일스톤에 있어서는 첫째와 둘째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Oshima-Takane와 그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대명사 습득 속도는 오히려 더 늦게 태어난 자녀가 더 빠르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둘째나 셋째는 부모와 첫째가 하는 대화를 건너 들을 기회가 많기 때문에, 이때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는 대명사를 습득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태어난 순서와 언어 발달 속도는 전혀 무관하지만, 맏이와 동생들이 서로 다른 언어적 강점을 갖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맏이는 주로 동생들보다 어휘력이 강하고, 동생들은 대화 능력이 높은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맏이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부모와 유아어를 사용하는 일대일 대화 상황을 많이 경험하기 때문에 어휘력이 강해질 수 있고, 동생들은 일대일 대화보다 여러 명의 대화 상황을 많이 경험하고 대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관찰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대화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https://toddlertalk.com/blog/birth-order-and-language-developmen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