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최종엽 <오십에 읽는 논어>를 읽고
인생의 절반을 쉼 없이 달려온 인생길, 문득 뒤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길에 의문이 생기고 공허함이 밀려오는 것은 왜일까.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누군가의 부모로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나'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게 되는 나이. 바로 이 지점에서 <오십에 읽는 논어>(2025년 6월 출간)는 2500년 전 공자의 목소리를 빌려 위로와 용기, 그리고 삶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논어>의 마지막 어구, 세 문장에는 중요한 기준이 들어 있습니다. 목적 있는 삶, 바르게 사는 삶, 함께하는 삶의 원칙입니다. 오십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삶의 기준입니다.(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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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후의 공허를 파고들다
이 책의 미덕은 <논어>를 단순히 고전 해설에 그치지 않고, 50대의 현실적인 고민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는 점이다. '돈으로는 반밖에 해결하지 못한다', '오십에 극복해야 할 제일의 위기' 같은 소제목들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독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건드린다.
경제적 안정 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공허함, 가족과 사회의 중심에서 흔들리는 자아,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에 대한 불안감 등 오십이 겪는 근심을 공자의 지혜로 풀어낸다.
저자는 공자의 "나의 길은 하나로 꿰어져 있다. 나는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는 고백을 통해, 방황하는 50대에게 '흔들리지 않을 뜻'을 세우고 '가야 할 길을 알고 일관되게 걷는' 삶의 중심을 잡으라고 조언한다. 이는 50대에 비로소 정치 일선에 나섰고, 끊임없이 학문에 정진했던 공자의 삶 자체가 오십의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위로이자 실천적 지침이 된다.
중요한 건 선택에 있습니다. 그래서 칠십이 되었을 때 우리도 당당하게 '오도일이관지'를 외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세상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지금까지 일관되게 걸어왔다고 말입니다.(49쪽)
고전의 가르침을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내면에 적용하는 데 주력한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게 잘못이다', '배움에 있어 생각 없이 배우면 끝이 허망하고, 배우지 않고 생각만 하면 위태롭다' 등 <논어>의 구절들을 '균형', '변화', '성찰' 같은 핵심어로 재해석하여 오십 이후의 삶을 재정비하는 구체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독서의 목적은 독서 자체가 아닙니다. 실천이 없는 독서는 시간 사치에 불과합니다. 작은 변화라도 시작할 때입니다. 읽기를 잠시 멈추더라도 실천의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독서의 길입니다.(125쪽)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나부터 바로 서고 사람들이 따르게 하라'는 리더십의 원리, '인생 후반엔 모든 게 내 책임이다'라는 성숙한 자세, 그리고 '시 쓰고 노래하는 여유'가 필요한 삶의 균형을 되찾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인생 전반은 잘되면 내 노력 덕분이고 못되면 조상과 환경을 탓할 수도 있지만, 인생 후반은 다릅니다. 잘해도 내 탓, 못해도 내 탓입니다. 이제는 인생 전반이라는 예행 연습을 지나 온전히 내 의지와 목표와 도전으로 만들어지는 삶이기 때문입니다.(160쪽)
남은 삶을 향한 꺾이지 않을 꿈
삶의 갈림길에 선 50대에게 건네는, 나이 오십에 비로소 발견하는 인생의 지도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메시지처럼, 이 책을 통해 굽이치는 인생을 다잡아 줄 공자의 말을 발견하고, 남은 삶을 향한 꺾이지 않을 꿈과 흔들리지 않을 뜻을 세우게 될 것이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부담감은 가중되는 이 시기에 이 책은 필연적이고 강력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인생 최고의 걸작을 만드는 데 비교적 자유로운 인생 후반 30, 40년은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75세에서 90세 혹은 100세는 인생의 네 번째 그릇을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171쪽)
결론적으로, <오십에 읽는 논어>는 오래된 경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숨 쉬는 지혜이다. 세대마다 다른 울림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흔들림 없는 지혜가 있다. 특정 세대의 고민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결국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본질과 관계, 성장의 가치를 담고 있기에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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