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생나눔교실을 마치며...
인간의 삶을 채우는 필수적인 감정은 희로애락이다.
그 희로애락 속을 걸어가는 우리에게, 경청은 어떤 힘을 줄까?
말보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은 서서히 열리고 숨겨진 이야기가 빛을 드러낸다.
경청이란 단순한 듣기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관계를 잇는 강력한 힘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경청의 온도는 과연 몇 도일까.
2025년, 「인생나눔교실」의 여정이 사실상 끝을 맺었다.
세대 간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인문 멘토링,
정해진 교과서 없이 마음으로 배우고 마음으로 성장하던 그 시간들.
그곳이 바로 내가 참여한 인생나눔교실이다.
되돌아보면, 마음이 마음을 향해 열린 순간마다 배움은 어김없이 꽃처럼 피어났다.
누구도 미리 정할 수 없고, 누구도 재촉할 수 없는 시간이었으며,
그저 한 사람의 진심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아 피워낸 따뜻한 온기뿐이었다.
'문학으로 삶을 읽다'를 주제로 글을 쓰며,
자기의 삶을 조심스레 들여다 보는 소중한 나날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마주하며 웃고 울었다.
처음의 어색함과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따뜻한 미소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야기 하나, 표정 하나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사람은 결국 마음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해였다.
어느 날, 누군가 물었다.
"인생나눔교실은 무엇을 배우는 곳인가요?"
나는 그 때 이렇게 답했다.
"이곳은 마음을 잇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나눔의 장소입니다."
경청과 공감이 자리를 잡자,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하나둘 열렸다.
오래 묵혀둔 상처를 꺼내놓는 이도 있었고,
삶의 전환점에서 느낀 막막함을 조심스레 나누는 이도 있었다.
이곳에서의 가장 큰 가치는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었다.
경험과 지혜, 그리고 서로의 삶을 진솔하게 나누는 이야기들이
그 어떤 가르침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올해의 멘토링은 ‘가르침’이 아니라 ‘경청’이었다.
멘토는 말을 아끼고, 멘티는 배우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 놓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깨달았다.
때로는 누군가의 조언보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한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어느 날 한 멘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제 이야기를 이렇게 경청해 준건 처음이에요."
그 말에 마음 한 켠이 오래도록 먹먹했다.
삶의 무게를 이겨낸 경험보다,
함께 들어주는 마음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실감했다.
70평생을 살아온 어르신의 경험은 젊은 세대에게 길을 비추었고,
젊은 세대의 신선한 질문은 어르신께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
세대나 배경이 달라도, 마주 앉으면 결국은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었다.
한 시간 한 시간마다 펼쳐진 마음의 교과서는 그 어느 책보다 깊은 가르침을 남겼다.
어느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참 고맙네요."
멘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도요. 이야기 하나에 이렇게 위로받을 줄 몰랐어요."
그순간 깨달았다. 인생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상대의 하루를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어주는 것임을.
멘토링이 끝난 도서관 동아실에는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따뜻한 흔적이 남았다.
누군가는 지난 삶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용기를 얻었고,
또 누군가는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서로 다른 인생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지던 시간.
돌아보면 인생나눔교실은 ‘배움의 자리’라기보다는
삶을 비추는 거울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멘토와 멘티라는 이름은 그저 역할일 뿐.
그 안에는 함께 웃고, 공감하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며
진심을 건네던 사람 대 사람의 만남이 있었다.
마지막 날, 우리는 서로에게 인사했다.
“다시 만나요.”
그 말 속에는 헤어짐의 아쉬움보다 함께 삶의 한 장면을 써 내려간 이들만이 느껴지는
깊은 감사가 담겨 있었다.
교실은 잠시 문을 닫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 숨 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나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경청은 가르침보다 깊은 사랑이다.”
올해의 과정은 끝났지만, 인생나눔교실의 배움은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길을 내어주는 일이 이어지는 한,
이 교실은 언제든 다시 열린다.
따뜻한 온기를 또 다시 누군가에게 건네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다시 올 마음의 계절을 차분히 기다리며.
결론적으로, 내가 경험한 인생나눔교실에서의 경청의 온도는 아마도 100°C를 넘는,
'진심'과 '사랑'의 온도였다. 소통과 공감, 나눔과 배려를 통해
치유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경청은, 가장 뜨겁고 순수한 형태의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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