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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기

[서평]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by 이점록

나는 불편함을 피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 '편안함'을 선택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며, 추위나 더위조차 기계에 맡긴다. 하지만 편안함이 쌓일수록 삶의 근육은 약해지고, 정신의 면역력은 떨어지고 삶의 만족도는 줄어든다. 편안함을 나를 지켜주는 것이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은 바로 그 역설을 파헤친다.


1부. 아주 힘들어야 한다, 그러나 죽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고통을 피하며 살아왔지만, 실제 성장은 불편함 속에서 이루어진다. 몸과 마음이 한계에 부딪힐 때 비로소 '진짜 나'를 마주한다. 저자는 불편함을 회피하지 말고, 적정한 위험과 어려움을 견디라"로 말한다. 그 경험이 곧 회복탄력성과 의미를 길러내는 근원이 된다.

최근에 쏟아진 증거들은 옛날 옛적 조상들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불편함을 경험하면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은 상태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 육체적으로 튼튼해지고, 정신적으로 강인해지고, 영적으로 건강해진다. 학자들은 불편함이 우리를 수많은 육체적ㆍ정신적 문제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비만, 심장병, 암, 당뇨병, 우울증, 불안은 물론, 삶의 의미와 목적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도 포함된다. (20쪽)


2부. 따분함을 즐겨라


끊임없는 자극에 길든 현대인은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지루함 속에서 창의력과 자기 성찰이 피어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무기력'이 아니라'회복'의 시간이다. 따분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유의 공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따분함을 앗아갈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바보 정부'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250만년 동안, 혹은 약 10만 세대 동안 인류는 디지털이 전혀 없는 삶을 살아왔다. 오늘날 인간은 하루에 평균 11시간 6분을 휴대전화, 티브이, 오디오, 컴퓨터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며 보낸다. 이 중 스마트폰은 가장 최근에 등장한 기기로 알림을 통해 사람들의 주의를 적극적으로 빼앗고 언제든지 접근 가능하다. (154쪽)


"자연은 천연 신경 안정제다" 저자는 인간이 잃어버린 회복의 감각을 자연에서 찾는다. 자연 속의 불편함은 오히려 인간의 안정제를 재조율하고, 기술 문명이 가져온 무너진 마음의 균형을 되돌린다. 불편하지만 평화로운 자연은, 결국 인간 본래의 '심리적 안식처'다.


저자는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나무와 바람, 흙의 냄새, 물의 흐름은 신경을 다독이고 마음을 비운다. 자연은 약이 아닌 '감각의 치유'로 우리를 회복시킨다. 자연속 불편함 추위, 거친 바람, 낯선 침묵은 오히려 마음의 리듬을 되돌린다. 자연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이 가장 완벽한 천연 신경 안정제다.

현대 세계를 사는 우리들은 높고 거친 베타파를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발생시키고 있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 마음속의 격랑을 잠재우는 최상의 방법이다. (203쪽)


3부. 배고픔을 즐겨라


풍요의 시대에 우리는 '배부른 결핍'을 앓고 있다. 저자는 단식과 절제 속에서 진짜 만족을 느낀다고 강조한다. 배고픔은 단순한 허기가 아니라, 욕망을 조절하고 감사를 배우는 훈련이다. 먹지 않는 경험은 곧 '삶을 더 깊이 음미하는 경험'이 된다.


배고픔은 결핍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신호다. 잠시의 허기는 신체를 정화시키고, 감각을 예민하게 한다. 끝없는 포만감이 병을 부른다면, 절제된 배고픔은 생명을 단련시킨다. 진짜 풍요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을 견디는 데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고픔에서 오는 불편함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때때로 24시간씩 굶는 것이 인간에게 정상적이고 유익한 상태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허기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생리적인 배고픔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270쪽)


4부. 매일 죽음을 생각하라


죽음을 외면하는 사회일수록 삶은 얕아진다.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매일을 저 진지하게 산다. '죽음을 사유하는 용기'는 현재의 행복과 관계를 더 소중히 보게 만든다. 저자는 말한다. "죽음을 기억하라. 그것이 삶을 사랑하는 길이다."

죽음이라는 숙명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은 겸손과 감사를 아는 사람이 되는 데 중요한 요인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할 때, "인생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기이한 특권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감사는 불안은 물론 심장병 같은 질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22쪽)


5부. 짐을 날라라


육체적 노동과 무게감은 인간을 단단하게 만든다. 땀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일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존재의 확인'이다. 짐을 든다는 것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 행위다. 몸이 강해질 때, 마음 또한 강해진다.


이 책은 묻는다. "나는 오늘 얼마나 불편하게 살아봤는가?" 그 질문 앞에서, 인생 2막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편안함 속에 갇혀 있던 나'를 마주했다. 삶의 깊이는 불편함의 온도만큼 깊어진다는 걸 새삼 느낀다.

<편안함의 습격>은 모든 세대에게 불편함의 가치를 일깨우는 철학적 죽비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문득 생각하게 된다. 너무 편안해서 공허하다면 지금이야말로 작은 불편을 마주할 때다. 그 불편함이 우리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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