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환경의 중요성
미국의 한 혼혈 개그맨이 스탠딩 코미디에서 들려준 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넌 박사 학위를 가진 1%의 흑인이야. 정말 자랑스럽구나.”
그러자 옆에 있던 한국인 어머니가 곧바로 이렇게 응수했다.
“한국에는 박사 학위 소지자가 길거리에 깔렸는데, 뭐가 특별해?”
이 짧은 대화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한국은 박사 학위조차 특별하지 않게 여겨질 만큼, 치열한 경쟁과 높은 성취 기준이 일상화된 나라다. 주변에는 의사, 변호사, 판사, 금융 전문가, 사업가자녀를 두지 않은 집안이 없을 정도로 고급인력이 차고 넘쳐난다.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떤 이는 미미한 노력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는 반면, 다른 이는 간절한 노력에도 원하는 결실을 맺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중 한 가지 요인은 바로 내가 현재 속해 있는 환경이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는 속담이 있듯, 환경은 개인의 성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 강남, 8 학군, 국제학교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도 교육적, 사회적 자원이 풍부해 많은 이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이러한 환경이 소수만의 특권으로 전락하거나, 특정 환경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낮춰보는 잣대가 되는 기현상을 보게 된다. 나의 삶을 살고,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현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할 환경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정부나 사회 지도층들의 방관은 물론 그들의 갈라 치기 의식도 아직 수준미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경제적, 사회적 계층 이동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반영한 말일 것이다.
과거에는 노력과 실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비교적 열려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출발선의 차이가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교육, 경제적 자원, 사회적 네트워크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기 위해 필요한 환경 자체가 희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각자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 내가 주도하여 만든 환경과 무관하게 특정 환경에 속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능성이 제한될 필요는 없다. 진정으로 성장하기 위한 바람직한 환경은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더 나은 환경으로의 변환이 용이한 사회적인 분위기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환경’이란 단순히 높은 성취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어야 한다. 환경이 특권의 상징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희망의 터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삶에 꼭 포함시켜야 할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우선 나 자신을 온전히 파악하고, 나의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에 우리 자신을 가져다 놓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다. 그리고 성장과 성공을 이루어 낸 개개인들이라면, 자신의 성공을 남과의 비교와 우월감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쓸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책임 또한 따라야 할 것이다. 미국의 기업인들이 성공을 이룬 후에 사회적인 책임을 갖고 재산을 환원하는 것처럼, 진정한 성공은 나만의 성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완벽한 나라는 없겠지만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끊임없이 샘솟는 창조적인 힘은 바로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나오게 된다. 그런 환경 속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꾸며, 그 환경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