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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우나 (Kelowna)

유네스코 선정 - 미식도시

by 캐나다 마징가

호수와 와이너리가 어우러진 도시, 켈로나 (Kelowna)


매년 여름이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켈로나를 찾는다. 오카나간 호수(Okanagan Lake) 위를 달리는 보트,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름의 풍경을 완성한다. 낮에는 호수에서 수상 스포츠를 즐기고, 해질 무렵엔 와이너리를 찾아 테이스팅과 식사를 곁들인다. 와인잔을 사이에 두고 산과 호수를 바라보면, 이 도시가 왜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히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켈로나에는 UBC 대학교 오카나간 캠퍼스가 자리해 도시엔 젊은 에너지가 흐르고, 조금만 벗어나면 포도밭과 농장이 펼쳐진다.자연과 도시, 배움과 여유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Map by Jean-Louis Rheault)

그리고 최근, 이 아름다운 도시는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미식 창조 도시(Creative City of Gastronomy)’에 캐나다 최초로 선정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네스코의 ‘창의도시 네트워크(Creative Cities Network)’는 예술·디자인·음악·문학·공예·영화·미식 등 일곱 가지 분야에서 창조성과 지역정체성, 교육연계, 지속가능성등을 기반으로 한 도시를 선정한다. 그중에서도 ‘미식 도시’로 선정된 켈로나는, 오랜 시간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농업과 식문화의 역사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켈로나에는 수백 개의 와이너리와 과수원,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는 레스토랑들이 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의 실천 현장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농부, 셰프, 와인메이커, 지역 대학의 연구자들이 함께 협력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토양과 수자원을 지키며, 지역 먹거리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이번 유네스코 지정은 이러한 공동체적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켈로나의 선정은 캐나다뿐 아니라 전 세계 농업도시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지역의 전통과 현대적 창의성을 조화시킨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도시는 앞으로 지역 농업, 교육, 관광, 예술 분야를 연결하며 ‘음식으로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도시 브랜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오카나간 레이크의 별장들

켈로나의 미식 문화는 화려함보다 자연과의 균형에서 비롯된다. 포도밭 사이를 걸으면, 인간이 만든 맛이 결국 자연의 리듬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와이너리에서의 한 잔의 와인은 그 해의 햇살, 강수량, 토양의 숨결까지 담아낸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런 맛을 함께 나누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켈로나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한다. 단순히 ‘맛있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가는 낭만의 도시에 매료된다.


사계절 내내, 켈로나는 늘 여유롭다. 호수 위의 잔잔한 물결, 포도밭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그리고 와인잔을 채우는 부드러운 손길까지 — 이 모든 것이 ‘지속 가능한 낭만’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언젠가 은퇴 후 이곳에 정착하게 된다면, 아마 그날도 같은 여유 속의 풍경이 이어질 것이다.
호수 위에서 반짝이는 빛을 바라보며, 지금 이 도시가 만들어가는 미식의 미래를 조용히 축복하고 싶다.


https://www.tourismkelowna.com/experiences/food-d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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