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Volatility Creates Opportunity for the Disciplined
(변동성은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로 다가온다)
중국 고전 《춘추좌씨전》에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이런 말이 있다.
居安思危 (거안사위) —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思則有備 (사즉유비) — 생각하면 준비하게 되며
有備無患 (유비무환) —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없다.
오래전 전쟁과 나라의 운영을 이야기하던 시대에 나온 말이지만, 지금의 불확실한 상황을 바라보면 이 문장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들린다. 변동성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조건이기 때문이다. 각 나라와 시대가 달라도 비슷한 교훈이 반복해서 전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원칙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달라지고 시장의 모습도 계속 변해 왔지만, 불확실한 시기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문화권이나 공통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불확실성은 캐나다 경제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분석 리포트인 Rennie Outlook 2026는 현재 메트로 밴쿠버 시장을 전환기적 국면으로 진단한다. 거래는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되지만 과거의 활기는 쉽지 않고, 착공 감소와 공급 누적, 인구 증가 둔화가 맞물리며 시장의 방향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확신이 서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다림 자체가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즈음이면 선택지는 이미 줄어들고, 협상의 폭도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결정이 쉬워질 때쯤에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조용히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경쟁이 줄어들면서 가격과 조건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대화가 가능해지고, 이전에는 쉽게 논의되지 않던 조건들도 협상의 테이블 위에 오르게 된다.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협상은 숫자보다 상황을 반영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기다리는 시간은 단순한 관망의 시간이 아니라 투자와 선택의 시간이 된다. 누군가는 실제로 움직이며 기회를 찾고, 또 누군가는 다음 선택을 준비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변동성이라는 말은 흔히 자본시장의 용어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 삶에서도 낯선 개념은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매달의 부담이 커지고, 자산 가격이 흔들리면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직장의 전망이 불확실해지기도 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이처럼 변동성은 차트 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특히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의 초입에 서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익숙했던 일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일부 직업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회도 함께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중요한 전환기마다 앞서 나간 사람들은 대개 조용히 준비해 온 사람들이었다.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차이를 만드는 것은 순간의 판단보다도, 그 이전에 축적된 준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동성의 시대에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한 투자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에 가깝다.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많은 사람들은 결정을 미루며 상황이 분명해지기를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그 시간을 자신을 단단히 만드는 데 사용한다. 당장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준비의 과정은 결국 다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도구를 익히고, 누군가는 어학 능력을 다듬으며 가능성을 넓힌다. 오래 미뤄 두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작아 보일지라도, 이런 축적은 시간이 지나면 분명한 차이로 나타난다.
결국 준비된다는 것은 단지 기회를 기다리는 상태가 아니라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두는 일에 가까운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변동성은 부담이 되지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시간이 된다. 같은 시장에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Volatility creates opportunity for the disciplined."
이 말은 새로운 교훈이라기보다 오래전부터 다른 언어로 반복되어 온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변동성은 늘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속에서 기회를 만나는 사람은 언제나 비슷하다. 시장을 가장 정확히 예측한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는 시기에도 준비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쩌면 변동성의 시기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기회는 더 좋은 조건을 만나는 기회가 아니라, 다음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