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건축의 표준
최근, 캐나다의 도시 개발 계획(Urban Planning)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두 단어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급변하는 지구의 환경 위기 속에서,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도시 개발을 통해 현재는 물론 우리 후손들에게 까지 지속될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정책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미래 세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을 도시 계획의 전제로 삼고 있을 정도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실천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BC주를 중심으로 캐나다의 많은 주에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건축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LEED 인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8년부터 BC주에서는 600㎡ 이상의 모든 공공 건물의 신축 및 대규모 개보수 프로젝트의 경우 LEED 골드 인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는 1998년 미국 그린 빌딩 협의회(USGBC)에 의해 처음 도입된 친환경 건축 인증 제도로, 건물의 설계, 건설, 유지관리, 운영 등에서 지속 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사무용 건물, 주거 단지 또는 상업 공간을 막론하고, 건물과 공간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건물 사용자의 건강과 웰빙을 증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https://www.usgbc.org)
LEED 인증은 아래의 이미지에서 보는 것과 같은 다양한 범주에서 점수를 얻어야 하며, 점수에 따라 건물은 Certified, Silver, Gold, Platinum 네 가지 등급으로 분류된다. 인증획득을 위해 에너지 효율성, 물 사용, 실내 공기 질, 자재 선택 등 지속 가능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건축의 표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LEED 인증 건물들은 단순히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주자의 건강과 삶의 질향상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BC 주의 공공건물뿐 아니라 병원과 학교와 같은 주요 시설에서 작업 환경을 더 쾌적하게 만듦으로써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고 있고, 에너지 절약과 자원 효율화를 통해 공공건물의 유지비를 줄이는 효과도 보고 있다. 또한 LEED의 지속적 관리를 위한 일자리 창출등, 부가적인 혜택이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그 모범적인 예로, BC주의 Children’s Hospital (어린이 병원)의 Teck Acute Care Centre를 들 수 있다. LEED 골드 인증을 받은 병원으로 실내 공기 질과 채광을 개선하여 입원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환경을 제공하는데, 실제로 이는 환자의 회복 속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의료진의 근무 환경도 개선되는 등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전세계인들의 컨퍼런스 장으로 사용되는 밴쿠버 컨벤션 센터는 세계 최초로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컨벤션 센터로, 환경을 적극 고려한 책임감 있는 운영을 통해 매년 300만 리터의 물을 절약하면서 대형 공공 시설들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있다. 특히, 이 건물의 지붕에는 녹색식물이 자라는 친환경 정원이 있어 빗물을 재활용하고 지역의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의 기준은 교육기관에도 적용하고 있는데, LEED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한 UBC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Centre for Interactive Research on Sustainability (CIRS)건물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이 건물은 UBC 대학 캠퍼스에서 지속 가능성 연구와 교육을 위한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CIRS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자체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성하여 캠퍼스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BC 주의 교육 시설을 통해서도 지속 가능성의 건축모델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체험하게 하는 교육적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적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LEED 인증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환경 인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LEED 이외에도 BREEAM (영국 건축 연구소 환경 평가 방법) / Green Globes / WELL / Living Building Challenge / Energy Star/ Green Star (호주) / DGNB (독일) / Passive House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인 프로그램들은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며, 향후 세대에 대한 책임감있는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여 경제적·사회적 가치, 그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캐나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책들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후손들에게 남길지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는 단지 선진국에서만 시행하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국가와 공동체가 동참해야 할 필수적인 과제이다.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들은 인류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가능하게 할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으며, 이 선택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 될 것이다. 지금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 더 푸르고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며, 모든 국가가 한마음으로 나아갈 때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