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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랑 Feb 22. 2024

시차 적응 능력도 유전인 건가?

공항철도 만세! 공항 내부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도 편하게 갈 수 있어서 좋다.

싱가포르에 갔을 때 비가 와도 우산 없이 걸을 수 있는 도보가 있는 것이 참 좋았는데, 비가 많이 오는 나라는 그런 시설이 필수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처럼 신발이 비에 젖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필요한 시설이다.

인천공항도 만세! 진짜 제일 편리하고 쾌적하다. 짐을 부치고 항공권을 받아 유아동반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출국수속을 하고 면세구역에 들어갔다.

공항에서 여유롭게 탑승구로 가는 것도 오랜만이다. 직원 티켓으로 비행기를 탈 때는 비행기 출발 직전에 임박하여 티켓을 받는 경우가 많아 보안 스폿체크에 걸리는 일도 많았고, 공항에서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는데, 그러지 않으니 너무 좋다.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을 먹겠지만, 탑승하고 이륙하고 식사할 때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공항 면세구역에서 간단히 군것질도 했다. 역시 우리 가족은 쇼핑보다는 음식이다. 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공항은 면세점 구경보다 군것질이지, 냠


우리가 타고 갈 대한항공 비행기는 3-4-3 좌석배치였는데, 좌석을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네 자리가 붙어 있는 곳은 이미 좌석이 없었다. 아이 하나씩 데리고 둘둘씩 앉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보다는 셋 붙어있는 자리가 아이들에게는 편할 것 같아서 한 명만 희생하자 싶었다. 그래서 붙어있는 세 자리와 복도를 사이에 두고 건너에 있는 한 자리를 예약했고, 여행 내내 힘들 남편을 위해 비행기에서는 내가 두 아이와 함께 앉기로 했다. 나름 괜찮은 결정이었다. 어차피 아이들은 모두 내 옆에 앉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둘둘씩 앉았다면 두 좌석에 셋이 앉아가는 생각만 해도 피곤한 불상사가 생겼을 지도?

'me on flights with my family'와 'my husband'이라며 비행 내내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엄마와 헤드셋을 켜고 모니터에 집중하는 아빠의 모습을 대조한 릴스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비행을 하다 보면 엄마는 쉬고 아빠가 아이들을 모두 맡아 돌보는 가족도 간혹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이 이런 모습이고 우리 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침 남편 좌석 옆자리에는 손님이 없어 남편은 더 편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부디 오늘 나의 희생을 오래오래 기억해 주길..


 

내 옆에 앉아 비행기에서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이뿐이들, 사진으로 남은 순간들은 참 평화롭다. ㅋㅋㅋ


앞쪽 선호좌석으로 예약하길 잘했다. 비행 내내 덜 어수선했으며 도착해서도 많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공항 입국장으로 가니 현지 공항 직원이 다른 일반 손님들 뒤에 줄을 서지 않도록 바로 패밀리라인으로 안내해 주셨다. 정말 어린이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공항이 최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둘째 덕분에 공항 vip 대접을 받은 기분이다.




첫 목적지인 파리는 뉴욕에 사는 언니네 가족의 휴가와 함께 하기로 계획했다. 우리가 파리에 도착할 시각이 생각보다 이른 저녁이었고, 일몰 예정 시각이 10시였기 때문에 같은 날 뉴욕에서 출발해 도착해 있을 언니네와 같이 나가서 파리의 야경을 보며 저녁을 먹을까 잠깐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 안 되는 생각이었다.

둘째 아이는 이미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깊이 잠들어 있었고, 나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바로 잠이 들었다. 배도 고프지 않고 저녁이나 야경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수면욕에 제일 강한 사람이었나보다. 나와 둘째 그리고 남편이 자는 동안 첫째 아이는 이모네 방에서 조카들과 같이 컵라면 맛있게 먹었다고, 나중에 언니가 말해주었다.


초저녁부터 기절해서 잔 나는 새벽 2시에 깼다. 익숙한 패턴이다. 유럽에 비행을 왔을 때마다 이랬으니까. 그리고 이제 조식시간이 될 때까지 배고픔과 싸우겠지. 그런데 내가 잠에서 깼음을 인지한 순간 귀신같이 둘째도 눈을 뜨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더니 손가락으로 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서 나를 깨운다.

"엄마, 자? 엄마, 일어나 봐. 엄마, 나 잠이 안 와요, 재워주세요."


정말 불효막심한 딸이다. 자는(잔다고 생각하는) 엄마를 깨워서 자기를 재워달라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시차적응능력마저 날 빼닮은 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다시 잠들기 위해 그리고 재우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나도 둘째도 점점 눈이 말똥 해졌다.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남편과 첫째 아이가 부러웠다. 집에서도 이 둘은 누우면 바로 자고 중간에 잘 깨지도 않는다. 첫째가 아빠를 닮아 다행이고 둘째가 날 닮아 미안했다. 너도 어쩔 수 없이 약간의 불면증과 예민함이 함께 하겠구나.

그날 새벽 나도 둘째 아이도 결국 다시 잠들지 못했고 파리의 아침이 밝았다.


재미있었던 것은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나와 둘째는 비슷한 시각에 잠에서 깼다는 것이다. 한밤중에 잠이 완전히 깨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둘째 아이는 너무 귀여웠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시각은 점점 늦어졌다. 다음날은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가 다음날은 새벽 5시, 그리고 파리를 떠날 즈음엔 우리도 시차에 완벽히 적응되었다.


참, 도착한 날 초저녁부터 기절해서 눈을 뜨지도 못하는 나를 보고 '으이그, 하랑이 쟤 저렇게 약해서 여태 비행은 어떻게 했냐? 제부 이제 한 달간 쟤 데리고 어떻게 다닐래요?'라고 놀렸던 언니는, 다음날 아침 약속된 조식 시각에 나오지 못했다.

파리의 아침 6시는 한국의 낮 2시지만, 뉴욕의 밤 12시니까 당연히 일어나기 힘들지~ 어제 내가 기절해서 잤던 건 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한밤중이었기 때문이라고요!    



1. 아이와 함께 장거리 비행을 간다면 선호좌석 추가요금이 아깝지 않다.

2. 도착한 날 일정은 몇 시에 도착 하든 '휴식'으로 한다.

3. 시차 적응 능력도 유전인 건가?



2023년 5월 28일 ~ 2023년 6월 26일

그해 늦봄 혹은 초여름, 유럽의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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