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황순원』 리뷰
늘 교과서 속 장면으로만 기억되곤 했다.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달아나곤 했다.
다시 읽으며 느낀 새록한 감정들을 남긴다.
“소녀가 개울가에서 물을 길어 오다가 미끄러졌다.”
눈앞에 펼쳐지듯 상세하고도 직설적이지만
따뜻한 문체에 조금씩 작가 황순원에 스며들었다.
소녀는, 비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
“소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소년은 공연히 덩달아 웃고 말았다.”
이 웃음이 두 사람의 전부였다.
사소한 웃음조차 애틋하게 남는 순간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마냥 비가 밉지많은 않았다.
비 덕분에 소년과 소녀는 함께 할 수 있었고
서정적인 시골 소년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기에
소년과 소녀는 작품 속에서 따뜻하게 다가와 비와 함께 멀어졌다.
함께하게 된 계기로 멀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마지막에는 괜스레 비가 미워졌다.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남존여비의 시대적 배경 속, 누이가 불쌍했고
철없는 남동생이 미웠다.
누이는 그저 사랑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두 번 다시 그런 눈치만 뵀단 봐라, 죽여 없애고 말 테니"
누이는 본인이 원하는 사랑을 하고 싶었고
가족들은 딸을 마치, 물건처럼 다루었다.
남동생은 누이의 죽음마저 깎아내리려는 모습이 미웠다.
"살믄 멀하노, 그래도 네가 있어 그렇디, 둘이 있다 하나가 죽으믄 남는 게 더 불쌍할 것 같애서"
누이의 진심이 담긴 말에 남동생은 누이를 벌거벗기고
모욕과 함께 가족이라는 틀에서 내쫓는다.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이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은 얼마나 처참할까.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그리고 결말
이 정해진 규칙을 따르며 내용은 차분히 이어진다.
산골아이에서는 어린아이의 아버지를 기다리는 따스한 마음
독 짓는 늙은이에서는 본인의 부족함을 감추고 싶으면서도
아이를 위해 떠나야만 하는 애틋한 마음
아쉽게도 책 속의 황순원의 작품들은 다 새드엔딩으로 끝맺는다.
작품 속 어느 인물을 응원하더라도 안타까운 결말로 흐르게 되고
허망하기도, '그래, 이게 우리네 삶이었지'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의 전형적인 가정환경 속 일어났던 장면들을
생생하게 표현해 준 작가 덕분에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들이 새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