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버스에 앉아있는데 어르신 여러명이 함께 버스에 올라타셨다. 한분씩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 버스비를 내려고 하셨지만, 돌아오는 말은 ‘현금 안받습니다’ 였다.
멈칫하고 당황스러워 하시던 모습,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
2023년 3월,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통버스에서 현금을 이용하는 인원은 지난 해 0.6% 밖에 되지 않아, 현금통을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예산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 현금 없는 버스 운영은 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0.6%는 ‘현금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카드 문화에 익숙치 않고 현금 문화에만 익숙한 일부 노년층들은 갑작스러운 이러한 변화에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계좌이체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모바일 뱅킹에서도 소외된 계층이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사실상 노년층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형태가 되어버릴 수 있다.
해당 서비스 변화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갑자기 버스가 왔을 때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카드 서비스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교통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 지하철 역사, 온라인 등 다양하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 자체에는 교통카드를 구매하는 공간이 없다.
이전에 독일에 여행을 갔을 때, 독일의 정류장 풍경이 매우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정류장마다 티켓을 사는 자판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티켓을 구매해 바로 탑승하는 형식으로 교통 서비스가 운영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카드가 없거나 갑작스럽게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교통카드를 구매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구제수단을 미리 마련해놓아야 할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진보할수록,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년층이 소외되는 부분들이 생겨나기 쉽다.
사회 전체의 진보를 위해 한 사람을 포기하는 사회는 결코 진보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사회 전체의 진보를 위해 0.6%를 쉽게 포기해버리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가 소외된 소수자를 살피는 사회, 평균에서 벗어난 극단적인 값에도 영향을 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